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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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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군 (5)


BY 모퉁이 2005-06-07

내가 주말 농장을 하겠다고 했을 때 내 친구가 그랬다.

그거이 만만히 볼 일이 아니라고..

재미삼아 시작한 농사지만 하다보면 그게 아니라 했다.

지식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댔다가는 망치기 쉽상이라 했다.

심는다고 다 거둘수 있는 것이 아니니 크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첫번째 수확이 너무 좋아서 나는 입이 헤벌레 벌어졌다.

나눔의 기쁨도 보았고 자연이 주는 풍요에 감탄하고 설레기도 했다.

 

열무를 뽑은 자리에 또 열무씨를 뿌렸다.

이십일무를 뽑은 자리에 또 이십일무를 심었다.

쑥갓도 심었고 고추모종도 했다.

일 주일이 지났는데 열무 싹이 나오지 않았다.

더디 나오려나 싶어 물주고 풀뽑고 상추만 뜯어왔다.

이 주일이 지나자 드물게 몇군데에만 열무가 자랐고

그것마져 잎사귀에 벌레 먹었는지 구멍이 송숭 뚫렸다.

돌아보니 이웃밭에 열무도 대부분 상태가 비슷했다.

지난번에 본 비둘기를 의심했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한번 더 수확을 할 수 있다고들 해서

호미질을 해서 다시 열무씨를 뿌려놓고 왔다.

시금치는 잘 자라서 다음 주면 거둘수 있을 것 같은데

쑥갓도 적갓도 작황이 썩 좋지가 않았고

고추도 다른집 보다 늦게 심어서인지 그다지 무성하지 못했다.

 

처음엔 황량하던 텃밭이 지금은 저마다 키운 작물들로

밭고랑을 침범할 정도로 넘쳐서 물조리개 들고 다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내년 분양시에는 밭과 밭 사이의 고랑을

지금보다 좀 더 넓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서예교실에 오는 이가 남양주 어디에서 농사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말 농장 실습기를 이야기 했더니 허허 웃는다.

두번째 열무 실패는 비둘기 보다 밭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첫 수확을 하고 난 후에는 밭을 삽으로 뒤집는 작업을 해야 하고

거름을 주어 토양을 정비해야 다음 수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절차도 없이 호미질로 고랑 파서 씨앗 뿌리고 물만 뿌리고 왔으니 무슨...

유기농이니 뭐니 해도 토질 정비는 해줘야 제대로 된 농작물이 나온다 한다.

맞는 말이다.맨땅에 씨만 뿌린다고 다 거둘수 있다면 누군들 못할까.

하다 안되면 하는게 농사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농사야 말로 가장 정직한 일이면서도 가장 고된 작업인 것을

우리는  그저 모르고 아는 것 없는 사람이 하다하다 마지막에

 하는 일 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지금은 농사도 과학적이어야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지식은 알아야 실패하지 않음을 명심할 일이다.

두번째 심어놓은 열무밭은 이번에 가서 삽질을 하고

거름을 주어 3차로 다시 씨뿌리기 해야 될 듯 싶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흉내내기에라도 도전해 봐야겠다.

아니면 고구마를 심어볼까,궁리는 많다.

 

해가 있는 시간에 풀 뽑고 밭 매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지열이 지글거리며 얼굴에 확확 닿는데 그 작은 밭뙤기가

왜그리 넓게만 느껴지는지...마른 땅에 호미질이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주말농장 두 달만에 포기했다는 친구 말이 호들갑스럽지만은 않았다.

농부의 땀방울에 대한 가치를 알고저 시작한 시험은 아니다.

하다보니 이렇듯 힘들구나..를 알게 했지만  설령 농사가 내 일이 되지 않더라도

어제 내가 흘린 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은 있겠지.

작은 텃밭 하나 가꾸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아직 유효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