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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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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친구


BY 김효숙 2022-09-22

이곳 동탄에 이사를 온지도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일주일에 이야기 할수 있는 시간은 주일에 서울 가는 날이다

병원이 멀어 서울 가려면 두시간이 걸린다
먼 거리 일지라도 아는 교회 친구들 만나니 그저 좋다
그리움 하나로 간다
시골에 사는 풍경속에서 고덕동은 서울이다
이곳은 아파도 남편이 퇴근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헌다
텍시도 안보이고  참 막막한 동네이다
속옷 도 양말도 가게도 없다
인터넷으로 사야하니  대충 살아가야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도 나이를 먹으니 쉽지도 않고
모두 젊은이들이 많이 사니 썰렁하다
나이 먹은 우리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밝게 웃는이가  있는가 하면 멀뚱 멀뚱 바라만 보는 젊은이도 있다
그러려니 하고 산다
지난 여름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아파트를 빙글빙글 돌아다니신다
의자 구르마를 끌고 딴따라 노래를 틀고 머리엔 수건을 쓰고
영락 없는 시골에 우리 엄마들 모습이다
베지밀 하나 갖다 드렸더니 그 다음부터 아는 척을 하신다
내가 할머니 할머니 하니  몇살이냐고 물으신다
68세라 말하니 내가 왜 할머니냐며 세살 더 먹었다고 하신다
앞으로는 할머니 하지 말고 언니라고 부르래는데
언니 소리가 안나온다

어느땐  할머니 어느땐 언니 하고 불러드린다
지난번엔 칼국수를 사 드리니 좋아라 하신다

그런데   그런데  할머니는 욕을 너무 많이 하신다
어느정도 친하게  지내고 물었다
할머니 궁굼한게 있어요  그랬더니 ㅝ냐고 하신다
할머니 혹시 욕 학교  나오셨냐고  물은것이다
할머니는 깔깔 웃으셨다
동네 다니면서 젊은 이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다
오줌이고 똥이고 아무데나 싸고 다니기에
할머니에게 걸렸다하면  욕이 나가기 시작이다

어느땐 하도큰소리로 하시니까 창피하기도 하다

하지만 할머니는 잘못안하면 아무말도 안하시기에
아무말도 안한다

깔끔하고 멋쟁이 아줌마들보다는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할머니에는
사람 냄새가 나기에 난 그런소외된 이들이 좋다
사람 향기나는 어려운 이들이 좋다
맛난거 만들면 가지고 할머니에 가는 그 길이 참 행복하다

오늘은 고동 우거지 국과 장조림 고춧잎 나물을 들고 다녀왔다
할머니는 나를 주려고 오산 시장에서 소쿠리 하나를 사다 놓으셨다고 주신다
고마워      하고 전화가 왔다
오늘은 하루종일 맘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