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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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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되고 새가 되고


BY 모퉁이 2005-05-30

지하 주차장이 없는 관계로 동네 차는 모두 지상 주차이다.

4층짜리 연립 형식의 주택에서 이층에 거주하는 우리집은

앞에서 보면 이층이지만 뒤에서 보면 거의 일층 수준이다.

그래서 뒤쪽 베란다 앞에 주차되는 차량을

거실에 앉아서도 볼 수가 있다.

 

나만큼 초보인가보다.

누군지 주차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눈치다.

[핸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누군가 코치를 해주고 지시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유리문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왔다갔다 수차례 해보지만 계속 그 자리다.

그러다 순간 다급한 소리로 스톱스톱~!!

 

어떤 초보나 마찬가지지만 스톱~소리 듣고 나면

이미 사태는 벌어지고 난 후다.

초보운전자에게는 그 넓은 주차장도 좁기 마련이다.

툭~탁음이 들렸다.

가만히 있는 차 뒤꽁지를 박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봤지롱~]

코치선생(?)의 아들 쯤 되는 것 같았다.

코치샘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세로로 갖다 붙이며

[쉿~]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더니

내가 그만 쥐가 되고 새가 된 격이다.

뒤꽁지 박는 것도 보았고,쉿~하는 추임새도 보고 말았으니...

 

운전자가 내려 자기네 차 앞부분을 살피면서

[흐머~]하는거 보니 긁힌 자국이 생겼나 보다.

긁힌 자동차 꽁지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폭 쉰다.

얼마전에 면허증 땄다는 안면식이 있는 새댁이다.

 

쉿~하긴 했지만 주위가 너무 밝았고

나는 봤지롱~하고 소문낸 아이가 있었으니

쉿~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서로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차라리 차주에게 이실직고 하는게 낫겠다.

 

잠시 후 운전자 남편이 와서 차를 살피고

받힌 차주도 나와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잘 마무리 되었는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차(받은 차)는 오늘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