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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군 (4)


BY 모퉁이 2005-05-23

고추는 모종 후에 지지대를 세워주어야 된다고 했다.

농장 한켠에서는 모종과 각종 씨앗을 팔기도 하는데

그곳에서 지지대도 팔고 있었다.

어떤이가 하나 사면서 600원이라고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고추모종 열포기를 심었으니 합이 6000원은 들게 생겼다.

이러다가 누구말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지난주에 담근 열무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열무국수에 열무된장비빔밥 맛도 보았고

쌈채는 일주일 내내 식탁에 올라 아이들과 남편 표정이

지긋해 하는 표정이지만 모른척 하고 맛있다는 표현만 해댔다.

 

고추모종 지지대를 사려니 그렇고

마침 동네 과실수 가지치기를 하고 모아둔 가지더미가 눈에 띄어

그것을 다듬어서 가지고 갔다.

아주 소박한 지지대가 되어 주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지 못한 지난주 농장모습이 아쉬웠는지

이번에는 카메라를 챙겨 상추 뽑는 나를 카메라에 담았다.

고개를 들라는 말에 연출된 모습으로 양손에 가득 쥔 상추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머금은 여자가 네평짜리 쪽밭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아직은 어설픈 농군 아낙의 모습이다.

 

자주와서 솎아내어야 되는 작물인데 뜸하다 보니

너무 촘촘히 자란 상추며 케일이 살은 찌지 못하고

키만 웃자라면서 제자리를 잡지 못해 삐죽삐죽 구불거리며

기형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사이사이 틈을 주어 넉넉하게 자랄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 주어야 되는데 꼭 덧니처럼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어지간히 자란 청경채와 쌈케일은 모두 뽑아냈다.

그 자리에 고추모종을 몇포기 더 심었다.

쑥갓과 적갓 씨앗을 뿌려놓고 잡초를 뽑아주었다.

물을 흠뻑 주고 솎아 낸 채소들을 챙기고 있는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 온다는 예보는 없었던것 같은데..

이럴줄 알았으면 물을 그리 많이 주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후둑후둑대는 밭고랑 사이에 비둘기 한마리 날아와 앉았다.

어라~

심어놓은 씨앗들을 쪼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싹이 나오지 않고 드문드문 나왔나 보다.

지난번에도 싹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다시 뿌렸었는데

비둘기가 쪼아먹어서 그랬던가 보다.

그렇다고 비둘기를 지키고 있을수도 없고..츠암..

 

이번에도 우리식구 일주일 먹고도 남을만큼의 수확을 거두었다.

종류별로 나눠 담아 몇 집 돌아가며 배달을 했다.

일주일 내내 풀만 먹어 입에서 풀내가 난다고 했는데

이번주도 내내 풀잎밥상이 될 것 같다.

나는 괜찮은데 아이들과 남편이 싫증을 내는 것 같아

오늘 저녁에는 색다른 반찬 몇가지 준비해야겠다.

 

고추,시금치,열무,이십일무,쑥갓,적갓,상추

흔한 야채와 가꾸기 쉬운 작물들로 시작을 했다.

크게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우리식구 식탁에 올릴수 있는 만큼의 양이면 족하겠고

남으면 이웃과 조금씩 나눌수 있는 즐거움을 가질수 있고

작은 씨앗이 주는 열매의 교훈을 새기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번 농장 체험은 성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