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나도 기념일이나 기타 어떤날에도
서로 선물이란 이름으로 뭘 건네는 성격들이 아니다.
그래서 그것이 그렇게 서운하거나 인색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둘은 처음부터 그랬는지 살다보니 닮아 그런지 그것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여태 받아본 선물이라고 기억되는 물건이 별로 없다만...
몇 해나 지난 이야기이다.
추석을 앞두고 내 생일이 들어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긴 하지만
두꺼운 외투 선물 받기는 이르고
그렇다고 하늘거리는 브라우스를 받기도 그런
어중간한 계절탓을 여러번 했더니
어느날 맘먹고 내놓은 복주머니가 하나 있었다.
익숙치 않은건 내미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괜히 어색한지 슬쩍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말도 없다.
주머니를 풀어보니 진주귀걸이 목걸이 반지 셑이 들어 있었다.
[오마나~세상에~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우짠 일이여?] 싶었지만
그런 말을 내뱉으면 사 온 사람 성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해서
힘은 들지만 최대한 애교를 섞은 소리로
[음마야~이뿌다.]
여기서 그쳐야지 더 했다간
[얼마 주고 샀어?]가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악세서리 모델이 되어 주었다.
목걸이를 목에 걸고 귀걸이를 귀에 걸려고 하는데
아~이런~
그때 내 귓밥은 바늘 구멍 하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사 온 귀걸이는 뚫린 귀걸이였다.
같이 지낸지가 언젠데 내 귀가 뚫렸는지 막혔는지도 모르고
내가 귀걸이를 달고 다닌적이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에
'이 남자가 내 남편 맞나?'싶었다.
정말이지 좋았다 말았다.
그러나 좋았다 만 사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진주알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보는 순서였다.
오른손 왼손 다 합친 열 손가락 어디를 끼워도 맞는 손가락이 없었다.
여기 끼면 중간 손마디에서 걸리고 저기 끼면 훌렁 빠져 버리고
그러고 보니 목걸이는 어지간하면 다 맞는다.그래서 맞았을 뿐이다.
결국 그 악세서리를 들고 새로 마춤을 해오는 헤프닝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목걸이는 커녕 반지 귀걸이 하나 받아본 적이 없다.
며칠전부터 탁상용 달력에 왠 동그라미 표시에 무슨 암호같은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해독이 불가능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제 그 암호가 풀렸다.
진주 목걸이를 싸게 살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거기에 응모를 하였단다.
어제가 당첨자 발표를 하는 날이었던 것이었다.
결과는 당연하다하면 우습겠지만 꽝'이었다.
"나와 진주 목걸이는 인연이 먼가보다" 하면서 웃었더니
"나는 이렇게 당신을 생각하며 산다.하나 해주고 싶었는데.."한다.
"후후후...그 말이 진심이라면 진주목걸이 열 개하고도 안 바꾸겠수."
오래전에 사다 준 목걸이 반지 귀걸이 셑트가 든
복주머니를 꺼내 펼쳐보았다.
어제 사 온 물건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