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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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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노래


BY 모퉁이 2005-04-11

딸만 다섯을 둔 엄마는 딸들이 시집가서

아들을 낳지 못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참 많으셨다 한다.

하지만,첫째딸 아들 둘을 낳았고(첫 아들 낳았을 때 눈물이 났다 했음)

둘째딸 아들 둘을 낳았고,세째딸(본인) 딸 둘을 낳았고

네째딸 아들 쌍둥이를 낳았고,막둥이는 딸 하나에 아들 하나를 두었다.

 

그런 엄마의 일흔여덟번 째 생신을 맞아

작은 언니집에서 생일상을 차렸다.

다섯 딸이 모이기도 일년 만이다.

 

지난 이야기서 부터 어제 있었던 일까지

늘어놓느라 보면 하룻밤이 짧기만 할텐데

모처럼 모인 날 엄마와 같이 즐길수 있는 유흥이

노래방 나들이였다.

 

큰언니와 막둥이의 나이 차이가 무려 17세나 나다보니

30대에서 50대까지 망라한 자매들의 레파토리 또한 다양하다.

엄마를 모시고 갔기에 엄마가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골라 부르기는 했지만 엄마는 손뼉만 치고 계셨다.

 

아주 오래전 학교에서 돌아와 보면

발그레한 얼굴의 엄마를 볼 때가 있었다.

꽃피는 봄 어느날 하루 날 잡아서

동네 아낙들의 봄 야유회를 다녀오신 날이다.

일에 찌들린 일상에서 벗어나 가무를 즐기고 오신 날인데

나는 그런 엄마가 싫어서 부은 얼굴로 퉁퉁대곤 했었다.

엄마가 술을 마셨다는게 너무 싫었었다.

그러나 엄마가 술을 좋아하지 않고 못 마신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분위기에 취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도 스트레스가 있었고 발산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알았다.

모처럼 나들이가 엄마를 기분 좋게 한 것이었다.

 

손뼉만 치고 있는 엄마에게 노래를 청했지만

엄마는 손사레로 우리들 노는 것만 보겠다고 하셨다.

입 속에서 웅얼대며 따라 하는 모습이

노래를 모르는게 아니었다.

 

"엄마!무슨 노래 하고 싶어?"

"노래 못한다..느그나 불러라.내사 이래 박수나 칠란다."

"그러지 말고 관광갈 때 부르던 노래 한 곡 해봐"

몇번이고 싫다시던 엄마가 "무명초 해보께."

 

한글을 정확히 다 모르시는 엄마다.

노래방 기계에 나오는 가사를 제대로 읽으실까 싶었다.

전주가 나오고 노래가 시작이다.

 

나암모올래에 피는꼬치 너어무나 서어러어워어~~~♪

 

나도 정확히 모르는 가사를 엄마는 정확하게 불러댔다.

언제 배운 노래인지 어떻게 외운 가사인지

기나긴 겨울밤 혼자 누워 서럽던 날

엄마는 남몰래 [무명초]를 부르고 계셨던 것은 아닌지..

엄마의 애창곡이 [무명초]라는 것을 이제사 알았다.

무심한 딸년의 입 속에 엄마의 18번이 머문다.

 

 

 

여성시대

200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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