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달이 보내 드리는 아버님 용돈. 어떤 달에는 집안 행사와 겹쳐서 몫돈(?)이 빠져나갈때도 있다. 그럴땐 정말 아버님 용돈은 한 달 건너뛰고 싶을 때가 있었다. 용돈을 반으로 줄여 보냈다가 시엄니께 심하게 야단 맞은 적 있다.
친정엄마 생신날에 사들고 간 쉐타 말고 얇은 봉투를 하나 만들어 갖고는 갔지만 화장실에 앉아서 지폐 몇장을 꺼냈다 다시 넣었다 하며 갈등해 본 적이 있다. 몇장 꺼낸 지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내 가슴에 휑한 상처만 남긴적 있다.
큰댁에 군대 간 조카가 휴가차 들렀다가 귀대 하는 날 엄마처럼 챙겨주지는 못하고 애나 어른이나 제일 좋아하는 현금 몇푼을 집어 주는게 전부였다. 작은 딸이 보기에 군인은 돈 쓸 일이 없는 줄 알았나 본데 에미가 주는 돈이 적잖이 보였는지 너무 많이 주는게 아니냐고 한다.
이만 원짜리 바지를 살까말까 망설이다 기어이 놓고 돌아온 적 있다. 별 면식도 없는 남편 후배네 아들이 돌이라고 하여 바지는 못 샀어도 품앗이도 못 받을 돌집 부조는 했다.
다음주엔 친정아버지 기일이 들어있다. 새해 달력을 달 때 이미 동그라미 쳐놓은 날이긴 하지만 수능본 아이의 기분이 상쾌하지도 못하고 이런저런 일들로 맘이 편치 않아서 아버지기일에 참석을 하느냐 마느냐 망설이고 있다.
망설이고 갈등하고 행한 일들이 당장은 괜찮은 것 같아도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후회를 하게 되는 일들이 많다.
팔순이 넘은 아버님 용돈을 얼마나 더 드릴 시간이 내게 있을까. 그때 몇장 빼낸 엄마 용돈때문에 내가 얼마나 잘먹고 잘 살고 있는지. 조카한테 숙모가 몇푼 쥐어줄수 있는 날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닌데.. 애기엄마 다음에 만나면 [애기 잘 크나요?]물어봐도 될 것 같고,, 아버지 기일에 괜히 눈물 콧물 뿌리며 내 속 끓이지 않으려면...
어찌보면 모두 나를 위한 잔치일테지만 지금 아니면 안 될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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