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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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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여자 이사가다.


BY 모퉁이 2005-04-11

우리 옆집 아줌마(정확하게 옆통로 같은 층 아줌마)의
취미는 피아노치기와 노래부르기이다.
비싼 피아노를 장식품이 아닌 이상
치는 것에는 뭐라 하지 않는다만
이건 시간 관념이 전혀 없음에 분노하는 것이다.

창문 활짝 열어놓고 피아노를 치면서 금강에 살으리랏다를 불러대면
매미소리까지 가세해서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모른다.

그렇던 아줌마가 이사를 갔다.
십년을 넘게 살다가 이사를 가는데도
누구하나 들여다 보며 이사가서 잘 살라며
두루마리 화장지나 가루비누 한 통 들이 미는 사람도 없고
빈말로라도 서운하다는 사람이 없다.
하긴 이사를 갔는지 안갔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그 노래소리를 듣지 않아 고막이 편안하다.
그런데 한가지 남겨두고 간 것이 있다.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고 간 것이다.

한쪽 눈에 까만 점이 박힌 고양인데
어느날은 끌어안고 다니면서 운동시킨다고 쫄쫄거리며 데리고 다니더니
어느날 우리집 현관 문 앞에서 만나 기절초풍할 뻔 했다.
고양이나 개같은 짐승을 별로 좋아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맥놓고 집에서 나오는데 고양이 눔이 웅크리고 앉아서
냐옹~하고 인사를 했으니 얼매나 놀랬을겨.

때리는 시늉을 내면서 쫒아내어도 나가지 않고
나한테 눈을 맞추는데 눈빛이 얼마나 강렬하던지,,으~~ 무셔라.

그런 고양이를 어느날부터 밖에 내놓기 시작하더니
이넘이 쓰레기장에서도 불쑥 튀어나고
자동차 아래에 있다가 시동걸면 툭 튀어나와 놀래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버리고 갈 작정을 하고 혼자 살아가겠금 길을 들이는 중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여자는 고양이를 내버려 두고 이사를 갔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는 들고양이처럼 돌아다니면서
떠돌이 고양이로 변해가고 있다.

살면서 남에게 눈총받는 일은 하지 말아야 되겠지만
어줍잖은 일로 말을 들을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옆집 아줌마는 사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신임을 받지 못했고
떠난 후에도 남겨둔 고양이 때문에 또 구설수에 올랐으니
그녀의 귀는 허구헌날 간지러울 것 같다.

지금 나,,남의 흉보고 있는거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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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3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