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과 두달 차이로 해산을한 작은언니.
지금 두 아이가 나란히 고3이다.
우리집 작은 딸랭구는 노력은 하는것 같은데
결과가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저도 나도
스트레스를 좀 받는다.
그런데 언니네 조카는 이번에 1학기 수시에 합격했다고 한다.
딸랭구가 알면 자존심 상할까봐 꾹꾹 담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엔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 방에 들어가니 휴대폰 문자를 꾹꾹 누질러대고 있는 것이다.
욱~하는 성질머리가 그만 고개를 치켜들려서는
하지 않으려고 참았던 말이 그만 목구멍 밖으로 튀어 나오고 말았다.
둘 다 시무룩해졌고 휴일 낮 집 분위기는 냉장고 문 열린 집 같았다.
조카일이 아니라도 요즘같이 머리싸움 심하게 공부해야 가는 대학을
남들보다 한 학기나 일찍 합격통지 받았으니 대견하고 좋은 일임에
불구하고 좋은 내색도 못하고 자식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에
은근히 화가 나고 그 화가 그만 딸랭구 한테 꽂혀버린 것이다.
쟁반 자장을 먹기로 했기에 약속대로 자장을 시켰지만
배부르다면서 먹는둥 마는둥 해서 자장맛 정말 짜증나게 했다.
그렇게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방에서 거실에서
저녁을 보내고 아침이 되니 떠지지 않는 눈가풀을 뒤집어
까발리듯 비비면서 일어나는 아이가 또 안스럽다.
아침에 그렇게 학교에 보내놓고 마음이 좀 싱숭했다.
간밤에 내린 빗소리가 성가셔 뒤척이기도 했지만
한 풀 꺽지 못한 내 잔소리가 마음에 걸리는 아침이기도 했다.
그런데..내 마음과는 달리 딸랭구는 이내 잊었던 모양이다.
목소리도 밝게 랄라 거리면서
[엄마 오늘 학교 마치고 머리 이뿌게 자르고 갈께~]
이러구 조잘대며 이른다.
성격이 좋고 인물이 훤하고 겉만 봐서는 학생회장감이라는 별명의 아이.
이렇듯 나와 아이의 스트레스 수위가 다르다.
내가 힘겨운 부분은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고
내가 무관심 한 부분에 아이들은 예민하다.
하지만 아무리 둔감한 아이라 하지만 사촌이 수시 합격했다는 소리마져
둔하게 들리는 아이는 아닐테다.
부럽기도 할테고 셈나기도 할테고 얄미울수도 있을테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아이가 오늘은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한 말이 위안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