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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파는 것..


BY 모퉁이 2005-04-11

아침에 아이 밥상을 보니 한심해 보였나.

잔소리 없는 남편이 어지간하면 시장 좀 다녀오란다.

 

내가 무관심한 에미처럼 보여서 서운했고

야무지지 못한 것을 들킨거 같아서 꿀꿀했다.

그래도 나는 밥 한공기 다 먹었고

그래도 반찬은 남았던디..내가 뭘 잘못 했다는거여//

그 소리 들었다고 당장에 시장으로 가는 나도

참....속이 없는건지 고분한건지..모르겠다.

 

마트전단지를 보고는 싸다는 마트에 들렀다.

이것저것 집다보니 내가 들고 갈 무게가 아니다.

주소를 적어주며 배달을 부탁하고는

빈 손으로 그냥 가기 뭐해서 시장통을 휘돌았다.

갈아놓은 콩국에 우묵을 파는 곳이 눈에 띄었다.

 

고향의 시장통에서도 우묵을 파는 곳이 있었더랬지.

우뭇가사리 고아서 묵을 만든 것이 우묵이고

노란콩을 삶아 멧돌에 갈아 채친 우묵에 붓고

 얼음 한덩어리 퐁당 빠트려 소금간을 해서

후루룩 한사발 들이키면 더위가 십리는 물러서는듯 시원했었지.

 

엄마 따라 시장 가는 이유가

겨울엔 오뎅 얻어먹는 재미였고

여름에 우묵 얻어먹는 재미였었지.

 

배달된 물건을 풀어보니 반찬거리는 없고

치약에 세제에 화장지에 기껏 간식거리가 전부다.

시장은 다녀왔으나 반찬은 아침과 별 달라진게 없다.

 

곱게 채친 우묵에 콩국물을 부어 주었다.

[옛날에 말이지..엄마는 말이지...할머니 따라 시장가면 말이지....

이것이 얼매나 맛있었던지 말이지....]

 

혼자서 공시랑거리면서 우묵을 들이키는 에미.

아이들 찬거리 사러 갔다가

에미 향수에 젖어버린 맹꽁이 같은 에미.

 

[돈은 좀 들고 갔는디..우째 그래 살 게 없더노.

다른 집은 다들 뭐해서 묵노 그쟈?]

 

지은죄없이 괜히 미안해서 혼잣말을 해대는 나.

반찬은 못사왔지만 고향의 옛맛은 보았다.

시장에는 별 게 다 있다.^^

 

2004-07-10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