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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발끝에 닿을 날


BY 모퉁이 2005-04-11

티비 속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요가랍시고

잘 빠진 몸매의 모델이 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으고 발끝을 잡고

얼굴은 무릎팍 깊이 파묻고,몸을 거의 반으로 구겨 접은 자세다.

티비를 보더라도 넋 놓고 앉았지 말고 스트레칭을 하라고는 하지만

놀면서 장독을 깰지언정 스트레칭이 되던가 말이다.

수건을 접어 잡고 등 뒤로 돌리는 작업을 하다가

되려 어깨 삐끗 하는 바람에 몸살을 앓았으니 말 다했지.

그 넘의 유연성이라곤 삶아서 먹을까봐 그러는지 뻣뻣하기는...

그런 내가 제 아무리 식욕을 억제하는 요가라 한들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손끝이 발끝 근처도 가기 전에 다리가 땡겨서 비명이 나오니

이런 나를 각목 1호라 칭한다.

체력장도 겨우 턱걸이로 통과한 나는 제일 어려운게 윗몸굽히기였다.

줄자를 갖대 댄 의자에 올라서서 순간적 숙임으로

눈속임을 하려던 나는 의자와 함께 앞으로 꼬꾸라진 적이 있다.

체육점수 거의 낙제에 가까운 운동치에 몸치이다.

 

하긴 요즘 세상 돌아가는 뉴스가 식욕을 억제하기 딱 좋은데

굳이 식욕 억제 요가까지 할 필요가 뭐 있겠누.

철철이 보약은 못 해 먹지만 삼시세끼 밥은 잘 챙겨먹는다.

먹고 죽은 구신은 혈색도 좋다 하잖던가.

 

세번 째 끓여 식힌 게장이 알맞게 삭았다.

두껑을 까니 노란 알이 툭 튀어 나온다.

밥 한 술 퍼서 게딱지 속에 넣고 비벼 후루룩 입에 넣고 오물오물.

남은 게살 쭉 빨아 먹고 밥 한 술 또 퍼넣고 야금야금 어느새 빈 밥그릇.

그러고도 뭔가 허전해 간장 국물 찔끔 퍼서 맨 입에 쪽~빨아먹고

밥솥에 들러붙은 밥알들을 죄다 긁어 모아 한 숟갈 만들어 또 먹고

아쉬움은 있지만 저녁에 또 먹어야지...위로해야 했다.

이러는 나,

오늘도 식욕 억제 요가는 내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

비록 손끝이 발끝 근처에서 허부적 대긴 하지만

열심히 해서 손끝이 발끝에 닿는 날이 오도록 낑낑대어는 볼 것이다.

꼭 식욕을 억제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최면 쯤으로 여기면서....^^

 

 

 

 

 

 

 

 

 

 

2004-06-07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