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 숲속마을을 산책하는데 하늘이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늘도 부지런히 걸은 나에게 쓰담쓰담하며 마이루틴에 체크를 한다.
"에미야~~~"
아버님께서 부르는 소리에 주방에서 과일을 깍다가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여지껏 아버님과 살면서 아버님이 나를 이렇게 부르는 건 손가락에 곱을 정도다.
"성당에서 감자떡을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서 사 봤다." 하시면서 미소를 지으신다.
아버님은 말씀하실 때 작은미소를 지으시기에 사람들이 아버님께 인상이 좋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저도 사려고 했는데 벌써 다 팔렸다고 하던군요. 잘 사셨어요~"
감자떡은 강원도의 한 신축 성당에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토라지즙과 함께 우리 성당에 도움을 받고자 이번 주에 판매하러 온다고 지난 주에 신부님께서 말씀하셔서 익히 알고 있었다.
시중의 감자떡과 달리 강원도의 감자가 많이 들어간 진짜배기 감자라고 신부님께서 영업?하신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우리성당 신부님은 각기 각처에서 도움의 손길을 원하면 손수
팔걷어 완판을 하게 하신다.
찜기에 감자를 넣고 설명서대로 20분 정도 찌니 쫄깃하고 맛있는 감자가 탄생되었다.
사실 아버님은 뭘 사가지고 들어 오시는 분이 아니신데 오늘 감자떡을
사오신 걸 보고 놀랬다.
'혹시 감자떡이 간절히 드시고 싶으셨나??'
하긴 드시고 싶은게 있으셔도 말씀 한마디 안 하시는 분이시고,
며느리가 해드리는 밥과 반찬은 늘 깨끗하게 비워내시는 분이시라
감사한 마음이다.
나보다 더 놀랜 남편은
어릴적에 친구들이 아버지가 퇴근길에 뭘 사오셨다고 자랑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단다.
정서적인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아버님은 그런걸 사오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친정아버지는 곧잘 검정봉지에 우리들의 군것질거리를 사오시곤 하셨는데 별거아닌 것에 우리 형제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옹기종기 둘러 앉아서 먹었던 그시절,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다.
감자떡과 자두를 아버님께 갖다 드리면서
"아버님, 감자떡이 정말 맛있어요." 하니
티비소리와 민화투를 친구삼아 놀이하시던 아버님이 슬며시 웃으신다. 내일도 간식은 감자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