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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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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주식


BY 최지인 2006-01-13

 

겨울비가 내립니다.

목 빼고 기다렸던 아주 반가운 손님입니다.

이번 비로 하여 목말랐던 대지가 모처럼 맘놓고 목축일 것 같습니다.

사람이던 자연이던

꼭 필요할 때  자기 몫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것,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지 싶습니다.

지금 사무실에선 모두들 일손을 멈추고

커피 한잔의 향을 음미해가며

빗소리로 다가서는 소리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빌딩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낮게 내려앉은 하늘로 인해

왠지 내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한 착각에 듭니다.

흐린 건물들 사이로 모처럼 내 안에서 걸어나간 사유가

이리저리 안개 숲을 헤매고 다닙니다.

모든 물상들이 저러할까.

사람이기에 가끔은 내 모든 것 뒤로 하고

빗속의 낭만에 젖고 싶은 충동을 느끼나 봅니다.

어느 정도는 데카당스한 나락에 빠져

붉은 와인 한잔의 취기에 허우적대듯 빠져들고 싶기도 합니다.

기형도 님의 시에서 였던가요.

사람은 누구나 얼마쯤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구요..

오늘만큼은 허락된 안개의 주식안에서

사유의 방종을 거닐고 싶네요.

음, 커피잔이 바닥이 났군요.

밖을 나섰던 정신이 흠뻑 젖어서는 달달 떨며 들어오네요.

얼른 따끈한 커피 한 잔 더 타야겠지요..?

아, 오늘 밤에 잠은 다 잤다 싶지만서두

내 영혼을 보듬기 위해 우선은 더운 카페인 한 잔을 더 취하려구요..ㅎㅎ

님들,

늦은 오후..안개의 주식 얼마쯤은 챙기는 날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