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마음언저리엔
유년을 배회하는 기억을 남겨두고
바쁜 중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
정신 없이 시간에 매여 살다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묻습니다.
"너, 왜 사냐?"
나만 그런가 싶어 잠시 억울해하다가
종내는 슬며시 나와 닮은꼴을 찾게 되지요.
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사람에겐 인연이란 끈이 있어
어느 날 마음 안에 들어오는 따뜻한 울림이 찾아오고
그 순간만큼은 무작정 본능이 움직이는 느낌을 믿고 손을 잡게 되지요.
그렇지요..?
살다보면 느낌이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그 느낌이 무엇보다 솔직한 글과의 만남일 때,
소름처럼 돋아나는 감동을 어디에 비견할까요.
잊었던 유년의 동화가,
밀쳐두었던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마음 속에 숙제처럼 남아있는 내 자신과의 오래된 약속이,
이 곳에선 시골 마당 그득 펼쳐진 멍석 위의 편안함처럼
어렵지 않게 풀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가을이 깊어지면 노을도 깊어진다던가요.
팔장 끼고 침묵마저 놓아버린 그 때,
우련 눈시울이 젖어오던 그 강가의 노을이
분명 님들의 기억에도 있겠지요..?
사람은 나이가 먹을 수록
해돋이보다는 해넘이에 더 오래 마음이 간다더군요 .
이 가을,
시들어가고 사위어 가는 모든 것들이 자아내는 쓸쓸함의 정조가
어쩌면 현실에 편승한 '포기'를 '체념'의 미학으로 고집하고픈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과 닮아서가 아닐런지요.
갈꽃 서너 평으로 누워버린 둔치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심사를 어이할까요.
깊이 숨을 들이쉰 채
내 자신을 보듯
여윈 강물 쓰다듬어 봅니다.
아!
이제 겨울로 가기 위해 힘을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