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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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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주는 상


BY 최지인 2005-04-02

맏며느리 자리는 해마다 처음인 듯 힘든 자리다.

결혼 15년.
혼자서 감내해 온 자리라 이젠 인이 베길 만도 하건만
물가가 춤을 추니 덩달아 감정도 춤사위에 따라가느라
어두운 발걸음이 늘 버겁다.

올해는 더 힘든 명절이었던 것 같다.
내 손을 거쳐야 하는 씀씀이는 점점 더 목록을 추가하는데
내 선에서 결제되어야 할 경제권은 바닥이고
마음은 하늘에다 풍선처럼 매달아놓고 가슴은 속상함에 눈물이 태반이다.

이리저리 쥐어 짜고 긁어내 어찌어찌 지내고 나면
온 몸으로 울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그럼에도 맏며느리란 자리는 뒷모습마저 담담하게 여며야 한다.

모두가 한 아름씩 받아들고
다들 제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간 뒤
애써 눈맞춤을 외면했던 남편이 손을 잡아 끈다.

몸의 피곤함보다
지쳐 녹작하진 신경이 먼저 드러누울 자리를 찾지만
저 사람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마음이 그런 걸 싶어
끙 힘을 주어 따라 나선다.

영화관.
명절 뒤끝이면 항상 정해진 코스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며
남편은 나에게 말로 못한 후끈한 마음을
슬며시 손을 잡는 것으로 대신한다.

찔끔
눈물이 나올 것도 같지만 그냥 참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갈 길이니까.

대신 내 한 쪽 손을 두드리듯 그 위에 얹는 것으로
나는 남편에게도 수고했다는 의미의 '상'을 건넨다.

이렇게 이번 명절에도 우리 부부는
나란히 손잡고 '공공의 적'을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