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부터 수전증이 왔다.
백신3차 접종후 이틀간 고열에 시달린 후유증이려니, 나이들어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려니 하고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몇달을 지냈는데 몇년만에 나간 중학교동창 모임에서 한친구가 내가 손 떠는 걸 보고 자신도 양손 다 떠는데 약먹고 많이 좋아졌다고 동네 내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동네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고 증상은 더 심해져갔다. 수원에 사는 친구에게 멀어도 좋으니 그 친구가 다니는 병원을 알려달라고 했다. 불광역에서 마을버스로 20여분 더 가는 곳에 있는 서북병원으로 갔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시더니 일반적인 손떨림이 아니고 뇌졸중 증세같다고 MRI촬영을 하라고 했다.
검사결과 우측 정수리에 1.3cm 되는 석회화 뇌수막양성종양이 발견되었다.
서울성모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바로 다음날로 뇌신경과 선생님 진료를 받게 해주셨다.
화요일에 진료를 받았는데 간단한 수술이라고 그 주 금요일에 수술하자고 하셨다. 같이간 남편도 그러자고 했지만 나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2주 뒤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죽고사는 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므로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수술받는 주 월요일까지 서예연습을 하러 다녔다.
입원을 하고나니 레지던트샘께서 두시간 걸리는 수술이고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동의서도 받아갔다. 간단하게 최소절개만 하고 한시간 가량 수술 후 중환자실에도 안간다고 해서 평온한 마음으로 입원했는데 이게 왠일인가?
수술전날 MRI촬영을 또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수술당일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간호사가 손잡고 기도를 해줬다.
내 수술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는 여러분들과 내 믿음으로 지극히 평온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마취가 시작되고 세시간의 수술 후 깨어보니 남편이 곁에 있었다.
"나 알아보겠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네." 라고 대답하니
"수술이 아주 잘되었나봐요." 남편이 말해서 다들 웃었다.
수혈도 안받고 중환자실에도 안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모른다.
자상한 간병을 받으며 평화로운 병원생활을 하고 5일만에 퇴원했다.
여동생 집으로 퇴원하여 며칠 더 동생의 간병을 받기로 했다.
5일 후 철고정심을 제거하면 비누로 머리도 감을 수 있다고 한다.
아프고 힘들지만 반신불수 되는 걸 조기발견하고 의사샘들도 잘 만나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