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처럼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었다
겨울로 가는 길목은 늘 얼마간은 시큰한 무엇이었기에
이번만큼은 폭신한 따스함을 저장하고 싶은 욕심을 부렸다
가을 바다라면
햇살에 투영된 맑은 바닥을 드러내
올곧은 내면의 풍경을 불러들일 것만 같아 무작정 떠났다
혼자서 가끔씩 찾는 광안리 바다
어떤 말로 그 가을 바다와의 맞닥뜨림을 표현해야 할까
바다를 가로질러 시야를 가려버린 광안대로가
온전히 바다를 품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같아
때로는 가시 같고 괴물 같은 존재였는데
계절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일까
그런 대로 마음에 허용되는 날도 있는가 보다
정직하고 진실한 시선만 강조하는 파도가
면적을 달리해 발 밑으로 달려들 때마다
폴짝폴짝 뒷걸음질 쳐 발을 옮겨 딛으며
그 발끝으로 조금씩 물러나는 가을을 읽었다
바다의 눈빛은 깊고 투명했다
고운 단풍 물 묻혀 온 바람마저 담담하게 잠겨들고
포말 사이로 유유한 시간 속에 잠기는 어느 연인의 사진도 한 컷 박아주고--
엷은 새털구름이 깔린 배경을 머리에 이고
구구거리는 비둘기와 화음 틀린 대화도 나누다
모래톱에 꼭꼭 힘을 주어
이젠 잊어야 할 시간을 묻었다
언제 넣었을까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주머니 속으로 잡히던 작은 조약돌 두 개,
어느새
가을은 내 주머니에 들어와 시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