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참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
오래 전에 직장에서 추계교육 받으러 처음 갔던 곳인데
거기 연수원 뜰에 노랗게 떨어져 내리던 은행잎을 바라보며
한 계절을 오롯이 가슴으로 느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푸른 시간 중의 어느 한 시점,
순간의 정점으로 적나라하게 파고들어 알듯 모를 듯
일렁임으로 다가왔던 슬픔 덩어리 하나...
수십 그루의 은행나무 낙엽들이 눈앞에서 와르르
순식간에 황금비처럼 쏟아져 내리던 모습이
교육의 평가라는 가중된 마음의 부담 때문이었는지
딴에는 더욱 무게 실린 절절한 파문처럼 다가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가면서 다 잊혀져도
어느 한순간의 현상이나, 장소, 형태 같은 것이
유난히 짙은 농도로 남아 늘 출렁이는 강물일 때가 있는데
흰 물결을 배 양쪽으로 가르며 들어가던 청평유원지에서
종이컵에 나무 막대기로 저어먹던 커피 한잔의 향이 그렇고
마음 좋게 생기셨던 부침개 파는 어느 아줌마와 아저씨의
걸걸하던 목소리가 그렇고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바라보던 해넘이가 그렇습니다.
배 양쪽으로 빨갛게 든 단풍들로 불타듯 펼쳐지던 풍경들은
또 얼마나 가슴 절절한 아름다움이던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니, 단 며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낙엽 물든 그 곳을 찾아가
시간의 초침들이 비 내리듯 내리 긋던 그 때를 기억하고 싶군요
박암리...란 지명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친정 쪽의 지명과 흡사해 꼭 내가 나고 자란 곳처럼 익숙한.
그래서 고향에 버금가는 향수의 무게로 남아
가끔씩 소중한 보물처럼 꺼내어 쓰다듬어 보는..
춘천 유원지의 안개를 허리에 감고
돌아가는 굽이마다 산새 좋은 풍광에 더해
라이브를 겸한 카페가 많다고 책자에서 늘 보면서
살면서 문득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더랬습니다.
아직은 보여지는 것에 대한 겉치레보단
내가 보고자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노래하고 싶지만
늘 생각과 현실과의 괴리감만 확인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는데
이곳에서 님들의 용기있는 실천들을 접하면서
반성과 각오를 새롭게 다지곤 합니다.
이대로 주저앉지는 말자고..
특히 감성의 날을 툭 잘라버렸던 글에 대한 열망만큼은
아직은 온전하게 지켜 내야할 것 같은 내 몫의 약속인 것 같아서
어설픈 날개짓이나마 계속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것도 느껴지구요.
춘천이라는 곳
지상에 발을 내리지 못하고
늘 안개속을 부유하는 꿈들이
언젠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 차곡차곡 미래를 준비할 것만 같은..
그 곳이 오늘 왜 이렇게 그리운지요..
아마도 내 어설픈 날개짓에 조금은 야문 빛깔이 입혀질 때
그 빛깔은 춘천의 어느 지점을 등에 업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님들 중 춘천 분이 계시면
그 곳의 풍경들을 좀 올려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