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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 악몽의 그날


BY 최지인 2005-04-02


이 글을 쓸까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한 번 크게 날리는 웃음에
가볍게 시월을 잊으시라고 올려 봅니다..

23살 뽀송뽀송한 꽃띠였을 때의 제 이야깁니다
그 시절에는 월말이면
이런저런 업무 마감으로 전 직원의 반 이상이
야근을 해야하는 시절이었습니다

문제의 23살 10월의 마지막 밤..
사무실 스피커에선 총무부장님의 배려로
잔잔한 음악 위주인 FM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특히, 지금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필두로)
다들 피곤함을 격려해가며 그렇게 시월을 넘기고 있었네요

시계가 밤 12시를 달려가고 있을 즈음,,
조금씩 밀려드는 졸음을 참기 위해
뒤에 부장님이 담배 한모금의 휴식을 취하고자 하셨는데--
딸깍 딸깍 라이터를 당기던 부장님..
"허, 이거이 뭐냐,,,휘발유가 다 떨어졌나보다야
최양 거 성냥갑 많이 모아놓더만 내 하나만 주라.."

그 당시에 성냥갑 모으는 게 우리 여직원들의 취미였는지라
우리 여직원들 책상 서랍은 의례 한 곳 쯤 중요한 소집품 창고였고--

" 네, 부장님! 이쁜 걸로 드릴께요.."
나름대로 이쁘다고 생각해서 고 짧은 시간에 딴에는 고심해서
검은 색 바탕에 이쁜 주홍색 하트무늬가 들어간 성냥갑을 골라드렸는데

"어이, 색감 좋고, 디자인 좋고.. 고마우이"
그렇게 화장실 복도 쪽으로 사라졌던 우리의 부장님..

조금 있더니 얼굴이 벌개져서 오시더니
저를 보고 막 화를 내시데요
"아니, 최양 이게 뭐냐. 시방 이걸 성냥이라고 줬나"

왜..? 뭔데 저러실까
옆에 있던 또 다른 최양과 김양까지 놀라서
문제의 그 성냥갑을 받아서 확인작업에 들어갔는데
이상하데요...고무 풍선처럼 생긴 뭔가가 들어있는데
도대체 셋이서 고민해도 알 수가 없데요

뒤에선 부장님이 팔장끼고 씨근덕거리고
그러자
저 쪽에서 건너다보시던 총무과장님이 오시더니
깜짝 놀라시며 하시는 말
"으이그...히얀타야. 이거 가족계획하는 도구다..
이기 왜 거서 나오나..여태 느들은 이것도 몰랐나..
흐이구, 이 빙신 아가씨들아..ㅎㅎㅎ"

그럼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으악~~~ "
우리 아가씨 셋,
못 볼걸 본 것처럼, 더러운 걸 만져도 그렇게 놀랐을까나
다들 뒤로 넘어갔네요..기절 직전@~@~~~~~
요즘에야 성교육 실시로 그 나이까정
그런 무지로 사는 바보들은 없겠지만서두..

그 일 때문에 우리 사무실 확 뒤집어 졌네요
여직원들이 성냥갑 모으는 취미가 경쟁이라는 걸 안 남자직원 중
어느 한 사람이 장난삼아 똑 같이 하나씩 나누어 주었고
그 속을 알길 없는 여시들..재수 좋수다 받아 넣었었고

담날 여직원들 서랍에 있던 그 많은 성냥갑들..
덕분에 통째로 전무님 감시하에 휴지통으로 직행..

얼마나 가슴이 짠하던지...
어떻게 모은 성냥갑들인데.
(그 성냥갑 모을려고 강릉시내 새로 생기는 분위기 있는
커피숍이란 커피숍은 발 아프도록 다 돌아댕겼는데..)
그런 거 다시는 모으지 말것이며
남자 직원들 단체로 모아놓고 훈계하는 전무님 야단을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아유,,저걸 어째..성냥갑 모으면 시집가서 잘 산다고 했는데..'
(그래도 시집은 가고 싶고, 더우기 잘살고 싶어서리..ㅎㅎ)
뇌이고 또 뇌이기만 했으니...ㅎㅎㅎ

그 경험 때문인지
전 그 이후...그 웬수같은 물건?은 절.대.로. 상종을 안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