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남편이 출근을 하면서 그러더군요
"올해도 보름밥이랑 나물 조금씩 맛은 봐야 않것나"
"맨날 먹지도 않고 내 입만 고생하게 하믄서 또 와"
"그래도 그냥 지나가기는 허전하고..니 쪼매만 신경 좀 써봐라"
띠용~~하기 싫다는 감정이 앞서는 순간은 늘 머리가 찌지직..
어쩌겠는지요
하늘같은 서방님이 그냥 지나가긴 섭섭다는데..
부랴부랴 시장엘 가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사다보니
어느새 시장 바구니는 한 가득^^
맏며느리 자리란 게 그런 건지
주어진 자리를 살아내다 보니 배포가 커진 건지
안 하면 안했지 이왕지사 할 바에야 한 그릇 그득씩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라..ㅋ
저녁 내내 다듬고 볶고
오곡밥 재료에 우짜다 보니 나물이 9가지나..
저녁 내내 온 집안에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
"내다, 오늘 집에 안가믄 안되나. 여서 막걸리 파티를 할 모양인데..."
"지금 뭐라 카는데. 마 빨리 온나. 오늘은 어떤 말도 택도 없다 카이"
"하루만 봐 주몬 안되겠나"
"우짜든동 빨리 오소. 안그라믄..알지예? 알아서 하소마.
저 많은 나물들 내가 누구 땜시 저리 바리바리 하는데.."
"아, 알았다 마, 고마해라. 내 집에 들어가께.."
아침,
남편의 입이 떡 벌어지데요
"우와, 니는 손도 참말로 크데이..이 많은 건 운제 다 했노"
"와요, 내를 누가 이리 만들어 놨는데..고마 다 가꼬 가소. 가서 상가 사람들
데리다 한 바탕 잔치나 하소.."
"흐흐~~안 그래도 어제 저녁 상가 사람들 눈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내일은 나물에 오곡밥 맛나게 비벼먹겠다고 은근히들 기대하는 눈치더만"
"하이고, 내가 왜 그 말 안나오나 했네요.."
나물이고 밥이고
남기면 누구 힘들겠습니까. 제 입만 고생이지요.
보따리 보따리 싸서 다 보내버렸지요..ㅋㅋ
잘들 먹었다고 지금 쯤 전화 올 때가 넘었는데
어째 아무 소식이 없네요.
다들 너무 많이 먹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ㅎ
오늘 저녁에 보름달이 휘영청 떴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요
너도 나도 하늘 보고 제 소원 먼저 들어달라 하겠지만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하늘 향해 날리는 의식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렇게라도 한 번 쯤 잊고 지냈던 하늘을 오래 바라다 볼 수 있다는 거,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을런지요..
예전의 깡통에 구멍 뚫어 관솔 넣어 휙휙 돌리던
그 아련한 추억의 쥐불놀이 같은 건 없어도
가족끼리 모여 정겨운 시간,
한 곳을 향해 집중하는 그 모습만은 죽 이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