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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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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BY 헬레네 2005-05-13

내 나이 방년 20세 때였다.
 닥치는 대로 온갖 잡서들을 탐독하면서  인생이 허무하다거나 사랑이 아름답다거나 하는 그때그때의 감정에 몰입해서 때로는 철학자가 되어 신은 죽었다고 외치기도하고 때로는 실연의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주인공이 되어 정말 실연을 당한 것처럼 끙끙 거리기도 했었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읽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떠났다.
에서 왜 ? 떠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분노하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악서와 양서를 구분하라 하셨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세계적인 양서인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 도 “이층집 그 여자” 도 어차피 남녀 간의 애정을 그린 책이고 동 서 고금을 막론하고 남녀의 사랑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은 없었다. 책이 귀하던 시절이고 책에 대한 욕심이 많던 나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 시절에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연애소설을 읽었는데 남녀 간의 애정행위를 무려 3쪽 정도의 분량으로 묘사를 했는데 그 내용인즉 황홀의 극치에 이르러서 " 머릿속에서 천상의 세계처럼 아름다운 꽃밭이 펼쳐졌다. " 로 끝났다. 천상의 세계와 같은 꽃밭이라 참으로 궁금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르고 드디어 나에게도 그 엄숙하고도 황홀한 시간이 도래 하였고.발칙한 나는 꽃밭이 나오길 기대하고 기다렸건만 꽃밭은커녕 그 작가의 표현처럼 그런 장대한 리얼리즘은 없었다. 에잉 글쟁이들이란 하여간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상상 했나보다며 잊어 버렸다.
  그로부터 이십 몇 년이 지난 후에 친구의 남편이 우리 모임 5명 에게 속초의 콘도를 빌려주며 놀다오라 권했다. 당시 1.3짜리 엑센트인 작은 차에 다섯 명을 태우고 신나게 달렸다.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택시를 불러 타고 영금정 으로 가서 회를 배부르게 먹고 나이트도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  왔는데 12시도 안됐다. 
낮선 곳에서 잠이 올 리 없고 심심한데 우리 수다나 떨자. 내 제안에 다들 좋다고 한다. 내가 주제를 주었다. 솔직 담 백 토크 제목은 " 첫날밤 " 아~~후 난리가 났다.
다들 자기의 첫날밤을 털어 놓는데 한 친구의 이야기에 장내가 후끈 달아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약혼을 했다. 당시 시골 벽촌에 근무를 하던 약혼자가 토요일에 숙직이라 올수가 없으니 자기를 오라더란다. 그녀의 어머니는 첫날밤까지는 아무 일이 없어야 하니 오늘내로 꼭 돌아오라 당부했는데 여차저차 늦어 버렸단다. 하숙집 주인은 추운 겨울에 먼데서 약혼자가 왔다며 군불을 넉넉히 지펴주었단다. 두꺼운 목화솜 이불을 걷어낸 뜨거운 온돌에 등이 너무나 뜨거웠지만 뜨겁다 말도 못한 자기의 첫날밤은 세상 누구보다 뜨거웠다기에 우리 모두는 배를 잡고 웃었다. 나중에 보니 등이 데여서 물집이 잡혔었는데 남편은 바보같이 그걸 참았냐고 지금까지 놀린단다. 정말로 뜨거운 그녀의 첫날밤이 끝나고 마지막 내 차례에 그때 읽은 소설의 충격으로 꽃밭이 나오길 기다렸다가가 말았다고 하자 여기, 저기서 야유가 터지더니 한 친구는 소파에 머리까지 박고 웃는다.
 "아니 그럼 정말로 꽃밭이 펼쳐지길 기다렸단 말이야 ? " 한다.  " 응 그랬어. " 했더니 " 너 아무래도 책을 너무 많이 본 게야 " 케 켈 켈켈켈 웃는다.
  다음날 오징어 물 회 로 해장을 하고 춘천으로 돌아와 헤어 질 때 " 꽃밭 잘 가라. " 한다. 이후 그 친구는 등짝 나는 꽃밭으로 불렸는데 심심하면 물어본다. 꽃밭은 봤어? 헤어 질 때면 오늘은 꼭 꽃밭을 보길 바랄께 한다. 얘들아 미안하지만 나도 이젠 다 알거든 글쟁이의 기막힌 글 장난 이었다는 것을 내가 쫌 늦돼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