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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행복의 조건


BY 김정인 2012-08-14

사춘기에 접어 든 아들은 부쩍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같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 같은 공간에 있지만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아들과 나 사이에 혼란을 주는 단어는 '행복'이라는 단어다.

 

행복의 사전전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며 흐뭇함'이다.

 

이런 느낌에는 아들도 나도 충분히 동의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기분이 언제 드냐이다.

 

무언가 오매불망 바라던 일이 어느 순간 이루어졌을 때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것이 사람이든 일이든 아무래도 좋다. 또한 내가 노력을 했건 안했건 상관이 없다.

 

그것은 매우 이루어지기를 바라던 일이지만 내심 설마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라고 이미 마음에서 포기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그 일이 이루어지면 놀라고  들뜬다.

 

그것을 나는 감히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때라고 확신했고, 그 행복을 위해 쓰라린 많은 세월을 댓가로 치루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아들은 나의 그 행복의 조건을 완전히 깨 버렸다.

 

주말에 장을 볼 때, 아들이 우리의 눈치밥을 먹으며 큰 통에 든 아이스크림을 샀었는데, 그것이 냉장고에 보여서

 "'일요일날 아빠와 장 봤는데 뭐 잊은 거 없어?" 짓굳게 물었다. 

 "어떤 종류인데?" 꿈에도 모른다는 말투.

 "먹는 거"

 "모르겠는데 얘기해줘" 몸이 달아 나를 다구쳤다.

 "아이스크림"

"아! 그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은 감탐사와 함께 눈이 휘둥그레지며 함성을 지르며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져 간다.

한참을....... 

"또 하나 더"

"내일 학원 안 간다"

"왜?"

"광복절이라"

" 아! 그렇구나" 또 한번 얼굴에 가득 담긴 웃음과 현란한 손짓과 발짓.

아들은 정말 한참을 행복해 했다.

정말 꿈에도 이루어 지기 힘든 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아들의 행복할 때는 주로 이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잊어 먹었다가 다시 발견할 때다.

 

굳이 행복의 크기,  행복의 값어치 운운하며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더라도 ,

 

분명한 것은 

가진 것에 그럴듯한 것을 보태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행복을 기다리는 나보다

자신이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는 아들이 더 자주 웃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