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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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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연습


BY 김정인 2007-01-09

아침부터 애써 관심없는 척, 침착한 척 해 보지만 숨길 수 없다. 며칠전부터  소화가 되지 않고 밥맛도 없고 잠도 편안하게 잘 수가 없다. 한 달전부터 떨어지는 연습을 그렇게 시켰건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

 

우리 직장의 화장실에 붙어 있는 '갈매기의 꿈'중의 한 구절 '다른 갈매기들은 먹기 위해 날지만 조나단 시걸은 날기를 연습했다'는 글을  마음속으로 곱씹으며 인생의 편안함과 안일을 위해 합격만을 바라는 나를 나무랐다.

 처음 유도를 배우는 아들이 한달내내 넘어지기만을 연습하는 것을 보며 자기는 평생 안 넘어지는 방법만을 배우기 위해 애를 썼다는 글을 보며 '그래 실패해도 돼, 실패해도 되지 뭐'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벼르고 있었다.

한달내 연습한 것이 실패해도 상처받기 않기 위해 온갖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무장한 것이다.

 

출근해 한참을 딴짓을 하다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접속이 되지 않았다.

굳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를 보며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부산하게 움직이다가 또 들어가 보았다. 확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접속한 탓인지 글씨만 뜨고 열리지 않더니 어떨껄에 뜬 글씨을 누르니 합격명단이 다운이 되었다.

안 열어져도 되는데.

한 교실에서 쳤던 아는 이름 하나 확인하고 어디에도 가장 익숙한 이름은 없다.

담담하게 창을 닫았다.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도서관 가서 공부하는 사이에 아이를 보느라 애 먹은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2월에 이 직장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겠노라고까지 포부까지 밝혔는데, 건너 편에 앉아계신 선생님께서 어깨를 감싸며 '어제 많이 울었지?' 라고 묻는 바람에 꾹꾹 눌러 놓았던 감정이 뿌옇게 일어나면서 봇물 터지 듯 터져 버렸다. 슬픔은 눌러 놓을수록 골짜기가 패이건만 드러내놓으면 휩쓸려 내 존재 송두리채 무너질까봐 감히 흐르게끔 놓아두지를 못한다. 

 

실패로 인한 좌절감은 연습으로 되지 않나보다.

차라리 문 잠그어 놓고 혼자 슬픈 비디오 하나 보며 수도꼭지 끝까지 틀어 놓은 양 실컷 울어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그렇게 해서라도 내 속의 실패한 못난이를 다 쓸어내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참동안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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