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처럼 휘어진 길을 따라 도서관을 향했다.
시리도록 퍼런 하늘을 손등으로 가리며 황급히 건물 속으로 들어섰다.
아이들, 남편이 없는 양곁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을 양 어색하기만 하다.
빽빽한 책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이제 1시간의 여유밖에 없는데도 마음을 정할 수가 없다.
아이에게 먹일 반찬메뉴를 정하는 데는 1초,
남편이 아침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는 데도 1분이면 충분한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는 데는 1시간을 서성거려도 머릿 속이 뿌옇다.
문 닫을 때가 다 되어 겨우 3권을 골라 가방에 쑤셔 넣었다.
1권도 채 읽지 못할 것을 알지만, 괜한 욕심을 내고 싶었다.
책제목이 계속 둘레를 맴돈다.
이해인님의 '작은 위로'- 이 가을만큼이나 맑은 시집한 권 읽고 싶었다. 누구말마따나 목울대까지 올라온 그리움인지 서러움인지 외로움인지 모르는 이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나보다.
고든 맥도날드의 '영적인 열정을 회복하라'-오뚜기마냥 넘어지면 땅을 가볍게 한 번 박차고 그 반동으로 훌쩍 일어나고 싶다. 이제는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이철수님의 '밥 한그릇의 행복, 물 한그릇의 기쁨'-그렇게 살고 싶다. 소박하고 깨끗하게. 우편함 속에 수북히 쌓이는 고지서와 명세서들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일까?
애써 찾은 세갈래의 길을 따라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