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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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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일기


BY 염정금 2022-07-20

여름 일기
내내  
건장마로 불볕만  보내더니
웬걸, 심중에  변화가  왔을까

밤새
눈물샘  터진  하늘이
천지 뒤흔드는 우뢰로  목놓아  울었다

이제 좀  후련해  지셨나?
오후엔  말간  하늘에  뭉게  구름까지  두둥실

모처럼의  몽실대는  구름 손짓에
부푼  가슴  설레어  논길  찾은  아낙들
일렁이는  모들  춤에  엉덩이  실룩거리며
푸름을  자랑하듯  앞서  나란히  걷는다


새벽  다섯  시면 논물  틀어 주고
조석으로 밭두렁 사이사이  지심 매던  엄니들
가물어도  넘  가물다며  투덜대더니
모처럼의  시원한 비에  신바람  났다


올해도
황랑한  시간  이겨낸  불끈한  저 힘들로
넘실거리는  벼  사이  알곡이  차고
밭두렁마다  대롱한 고추  붉디붉어지겠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정마!
지루한  장마가  이어질 거라는  예상을  깨듯  간간이 소나기만  흩뿌리고  가는  건장마였다.

장마비로  잠겨  피해를  보았다는  중부 지역과  달리  남부 지방에선  가뭄이  이어져  텃밭의  작물이  타 들어가는  현상까지  보여  모두들  걱정이었다.

다행히  큰  논에선  저수지에서  물을  대  모내기를  마치고  밭에선 스프레아식  물 주기로 대신하고 있지만  오랜  가뭄에  모두들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일년  농사를  마칠  수  없는  농부들  조석으로  논물대기며  해충방제로  쉴 틈이  없다. 농군의  아낙들  역시 지심 매기와  시간시간  물대는  수도꼭지  열어  논물을  유지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가뭄을  해소해 주듯  밤새  비를  흩뿌렸다.  꽤  많은  비가  내리는 듯  지붕에선  따발총  소리가  이어졌고  창을  넘나드는  천둥  번개까지  동원한  하늘의  속  울음이었다.

이런  늦 장마비가 지난  아침엔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말갰다. 하여  오후에  동네  아주머니들과  논길  산책을  하였다.  바람결  따라  넘실거리는  벼들의  일렁거림따라  발걸음도  가벼웠다.

비가  내린  덕분인지  벼들의  색이  짙푸른 게  머잖을  풍년을  예고하는  것  같고  아주머니들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가는  모습도  힘차  보였다.

그 모습에서  가뭄  같은  황량한  시절을  버티어  지금의  세월을  이끈  어머니들을  떠올리며  머잖아  자리할  가을  결실을  짐작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