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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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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이의 감사


BY 김정인 2005-02-22

 

우리집 밥상은 아빠가 채색주의자라 항상 푸른 초장이다.

거기다가 엄마의 절약정신으로 인해 반찬 가지수도 그리 많지 않다.

6살 난 아들은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지만, 긴 투정을 했다간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하기에 지레 포기하고 만다.

 

그런 아이가 며칠 전부터 "엄마가 해 주는 돼지 갈비가 제일 맛있어"라고 아양을 떤다.

큰 마음먹고 마트에서 갈비를 사 왔다.

어제 해 달라고 하는 걸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핏물을 빼기 위해 찬물에 담구었다.

근 2시간동안 공들인 끝에 드디어 돼지갈비 요리가 완성되었다.

다른 날 같으면 밥 시간이 되어도 이 핑계 저 핑계대며 늦장을 부리던 아이가 오늘은 부르지 않아도 떡 하니 밥상 앞에 앉아 있다.

'좋긴 좋은가 보다. 좀 자주 해 주어야겠네' 속으로 생각하며 한 접시 가득 담아  아이 앞에 놓았다.

엄마가 젓가락 갈 사이없이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맛있게도 먹는다.

나는 갈비는 몇 점 안 먹고 일부러 야채랑 국물에 밥을 비벼 후루룩 먹었다.

그리고, 둘째 이유식을 먹이느라고 앞에 앉아 있는데,

한참을 잘 먹던 아이가 나를 쳐다보며 하는 말,

"엄마, 나는 요리를 맛있게 해 준 엄마에게 고맙고,

돼지에게도 고맙다."

"뭐? 돼지에게 고맙다고?"

"응, 그래 돼지는 나를 위해 삼겹살이 되어 주었잖아"

하하하.

맞다.

요리를 하기에 앞서 돼지가 우리를 위해 희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윗에 있는 사람이나 평등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감사를 자연스럽게 하지만,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약하고 작은 것들에게는 감사하는 일이 적다.

그들은 우리가 굳이 찾아서 감사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선을 베푼 존재가 누구든 간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이 싱그럽다.

눈 앞에 있는 요리한 엄마와 함께, 눈에 안 보이는 돼지까지 챙기는 아이에게서

'누구에게나, 언제나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아무나 하기 어려운 삶의 지혜를  기분좋게 배우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