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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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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싸움박질


BY 김정인 2005-02-04

아침 8시.

또 나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는다.

저만치 앉아 있던 둘째까지 놀라 울어버렸다.

오늘도 졌다.

아들과의 싸움박질에서.

 

밥까지는 시간에 맞추어 잘먹었다.

그런데 세수하러 욕실에 들어간 아이가 나오지를 않는다.

8시 20분이면 유치원 차를 타야 하는데.

거실에서 소리를 질렀다.

"빨리 안 나와"

아무 반응이 없다.

"시간 다 되었는데, 빨리 나오지 못해"

조-용

마침내, 머리에 불덩이 하나 이고 욕실문을 확 열어 젓혔다.

세면대에는 뿌연 물이 가득,

어제 내놓은 비누는 금방 몸풀은 산모마냥 퉁퉁 불어 널부러져 있었다.

머리에 있던 불덩이가 순신간에 아이에게 던져졌다.

다다닥.

주눅들은 아이는 두서없이 왔다갔다한다.

그 모습이 더 보기 싫다.

결국은 옷이며 가방을 우격다짐으로 입혀 등을 떠밀어 문 밖으로 내쫓았다.

 

모양새는 내가 승자요

아이가 패자인듯 한데

마음엔 스산한 바람이 분다.

 

어제 남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좀처럼 말을 아끼는 남편이라 더 마음에 남아 있다.

'당신은 너무 당신의 틀속에서 아이를 통제하려는 것 같애.

나도 통제를 안 하는 편이 아닌데, 당신은 나보다 더 한것 같아'

 

불쌍한 녀석.

 

나도 안다.

일단 기준을 세우면 지켜져야 직성이 풀리는 팍팍한 사람이라는 것을.

교회가서 기도도 해 보고

부모교육책을 읽어도 보고

냉장고 앞에 좋은 말을 붙여도 보고

그런데 안된다.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오늘 같이

나 자신과 싸워 진 날은

부끄러움, 초라함, 미안함, 죄책감이 뒤범벅이 되어

내 마음에 얼룩진다.

 

뿌연 유리창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