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머리 숙여."
숨 죽이며 나즈막히 들려오는 소리가 한 겨울 찬 바람 속에서 타고 온다.
어느 집(?) 돌담 밑에서
커다란 덩치가 엉거 추춤 구부려져 메섭게 불어오는 겨울 바람 탓인지
어떨 결에 따라나서 남의 집(?) 털이 범이 되어서 인지 도시 소녀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담장 밑에 어설프게 구부러 져 있다.
도시 소녀가 불쌍해 보였는지 사촌 언니는 눈짓으로 감나무 뒤에 숨어 있으란다.
소녀는 비쩍 마른 겨울 감나무 옆에 제 몸 잔뜩 오므르고 숨 죽다.
간간히 멀리서 들려 오는 개 짓는 소리만 날 뿐
아무도 우리가 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발 소리 죽이고 들어간 어둠 속의 주인공들은 보이지 않고 내 심장 소리만 먼 산까지 바람 소리 타고 들릴 것 같아 가슴만 부여 잡고 소녀는 어렵게 그 감나무 뒤에서 숨어 있었다.
얼마후.....
주섬 주섬 옷 자락 속에 뭘 감추고 뛰어 나온다.
난 학교에서 알아 주는 달리기 후발 주자 지면 오늘 만큼은 선발이다.
얼마나 빨리 달렸으면 등줄기에 땀이 다 났다.
휴~ 얼마간 달렸을까??
언니와 언니 친구들은 소나무 그루 터기에 기대 숨 고르기를 했다.
난 영문도 모른 체..
그냥 언니들 하자는 데로 가뿐 숨만 살~살~~달랬다.
그런 후 우리가 간 곳은 시골 언니 친구집 사랑방...
2개조로 나누어 가지고 온 물건(?)들을 한 곳에 주르륵 쏟아 부었다.
거기에는
'아이구 기막혀라...'
고구마...무우....김장 김치에 찬밥까지.........
난 우리가 수거한 물건들이 너무 기막히고 간 쫄려 가지고 온 것 들에 대해 분개 했다.
속으로...
난 한번 더 분개 했다.
내가 가슴 쫄면서 붙어 있던 그 감나무집은 내 앞에 빨간색 스웨터 입은 언니 집이란다.
" 그냥 가지고 오지.
왜 그랬어요? "
도시 소녀의 물음에 언니들은 깔깔 거리는 소리로 대신 한다.
소녀는 눈만 꿈벅꿈벅...
언니들은 그냥 재미로 한단다.
여름에는 수박이나 참외 밭 서리...
겨울 에는 겨우내 먹는 먹거리를 가지고 오는 서리....
언니랑 제일 친한 순자 언니는 화롯불에 고구마 올려 놓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맘때 소녀들이 할수 있는 조심 스런 이야기나 동네 끝 빈집에 귀신 나오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훔쳐온(?) 고구마와 무우를 깎아 먹었다.
아~~
그맛~~
차가운 바람맛~~~
살짝 얼은 듯한 무우맛은 정말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손으로 쭐~쭐~ 찢어서 찬밥 하고 먹은 김장 김치맛...
디저트로 먹은 화로에 구어 먹은 군 고구마에 김치 얹어 먹은 맛은 그후로도 도시 소녀의 군침을 삼키게 했다.
가슴 두근 거리면서 가지고 온 물건 뒷 맛 한번 귓~ 똥 찼다.
결혼후에 입덧 했을때 무우 깎아 먹고 가라 앉힐 수 있었던 것도 그때의 그 잊을 수 없는 맛 때문 일거다.
그렇게 그렇게......
사춘기의 소녀들은 무섭게 불어 대는 겨울 바람과 제 빛을 찾은 듯 반짝 이는 별 들과 함께 날 밤 꼴딱 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