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 오늘부터, 아니 어젯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하니
장마는 장마인가 보다.
조금 선선해지긴 했지만 눅눅한 습도에 향초램프를 꽂아 두니 은은한 향에 바닥이
조금 덜 습해서 좋다.
향초는 작년에 마니또를 하면서 나보다 위인 언니에게 받은 선물인데 잘 사용하지 않다가
이런 날에 요긴하게 잘 사용한다.
점심 때가 되어 함께 봉사하는 언니가 점심을 사 주겠다는 걸 다음으로 미루고
날씨 탓에 라면을 끓였다.
라면은 일 년에 몇 번 먹지는 않지만 비오는 날엔 괜시리 당기는 메뉴 중에 하나라
어쩌다 보니 비오는 날에 가끔 먹게 되는 게 라면이다.
누군가 사 놓은 매운 라면을 끓여서 치즈도 넣고, 위에 고명으로 깻잎을 채로 썰어 대파와 함께
올리니 그럴듯하다. 삶은 계란도 있어서 반을 잘라 얹으니 보통 라면과 다른 비쥬얼이다.
치즈 덕에 아주 매운 맛이 조금 가라앉고 깻잎 덕분에 느끼한 맛이 사라졌다.
라면은 예전 회사에 근무했을 때,
회사 뒷골목에 있는 라면집이 참 맛있었다.
다양한 라면 메뉴가 많았지만 특히 김치라면이 단연 으뜸으로 인기가 있었고 맛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곤 했던 라면집이다.
그시절엔 오전 근무만 하면 되는 토요일이니 그냥 퇴근하긴 아쉽고 점심시간도 있었으니
동료들과 안 먹으면 조금 섭섭할 점심을 거기서 가끔 후다닥 먹곤 했었다.
아버님은 라면을 좋아하신다.
그런데 나와 함께 라면을 드시면 밥을 안 드신다.
대부분 라면으로 조금 부족한 양을 삼각 김밥 반 정도를 합치면 딱 맞는데,
며느리 앞에서 체면을 세우시는 건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라서
오늘은 라면에 밥을 조금 넣어주시니 국물까지 깨끗하게 드시니 내가 흡족하다.
라면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떼우고 이런 날엔 그누구도 말릴 수 없는 커피 한 잔이면
그것으로 소소한 기쁨을 누리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