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의 사랑은 아직도 아궁이 불꽃이다
詩. 최현옥
오월의 새색시 시집가던 날, 비포장 달리는
낡은 택시 뿌연 먼지로 분칠을 하고
울퉁불퉁 자갈길 위에서 엉덩이로 방귀소리 부러렁 붕~붕
새악시 엉덩이도 덩달아 덜거덩 텅~텅 장구를 치고
이리저리 비틀거리던 고갯길 넘어 도착한
하늘이 낮게 드리워진 경남 고성군 거류면
같은 성씨들만 모여 사는 월치마을 마당 앞에 들어서니
아래채 황소도 반갑다고 엄모~하며 구성진 목청을 뽐내고
삽살개도 반갑다고 멍멍 짖어대는 하늘가에
저녁 노을이 지붕 위로 살며시 내려앉는다
시골생활 처음 맞는 도시 새색시
가마솥에 장작 피워 아침준비 걱정에
뿌옇게 새벽이 밝아오고
곱디고운 색동저고리 챙겨 입고
자욱하게 안개 깔린 부엌문지방 넘어서니
매운 연기 반갑다고 인사하는 바람에
금세 눈물 콧물이 줄줄 흐른다
서러운 눈물이 아닌 것 아시는 시어머님
아가 맵다 매워 하시며 거친 손으로
어깨 토닥이며 사랑을 담아 안겨주신다
고부간에 아궁이 앞에 나란히 앉아
가마솥 밖으로 넘쳐나는 밥물 같은 고부간의 사랑
뜸을 들이며, 아궁이 불꽃같이 식지 않는
구수한 숭늉냄새 가득한 이곳에
또 다른 인생을 내려놓던 새색시의 삶은
강산은 두 번이나 바뀌었건만
고부간의 사랑은 아직도 아궁이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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