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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BY 그림 2010-02-20

훌쩍 떠나고 싶었다.
일주일 혼자서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국적 사람들과 지지고 볶아대는 시간을 떨쳐 낼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가까운 도시 멜번, 유럽풍의 도시라는 멜번을 가기로 했다.

말없이 훌쩍 떠나야 했었는데
생각없이 꺼낸 말 덕분에 동행이 생기게 되고...

혼자는 휴식이고 동행은 관계의 시작이다.
관계는 나의 모든 의식과 행동을 제약해 버린다.
나 혼자만의 일주일간의 휴식은 동행의 사정상 3박 4일이 되어 버렸고
나는 3박4일 여행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여행의 유혹 중 가장 떨치기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습관을 버리고 떠나는 데 있다' 라는 박완서님의 글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같이 간 동행의 커피 습관 때문이었을까?

낯선 곳에서 낯선 것들과의 만남이
비록 커피 한 잔일지라도
그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떨림은
자신의 휠터 커피로 하루를 시작해야 되는 그녀 덕분에
경험할 수 없는 셀레임이 되고.

여행이 나에게 주는 오르가즘은
두고 떠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
생각하고 싶지않고 잊고 싶은 일샹들이 있다는 것.
하던 일 들, 해야할 일 들
그런 모든 것들에 마음은 물론 눈길조차 주지 않고
떠나는 그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떠나는 그 순간부터
일상적으로 길들여지고 만들어졌던 내가 아닌
새로운 시간안에 존재하는 나를 만들고
어제를 지속하고 있지 않는 나
그래서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구속되지 않는 나.
입에 맞는 한잔의 커피마져 무심히 버리고
새로운 맛의 커피에 새로운 나를 담아
내일의 내가 치열한 삶의 대열에 다시 들어가
쉰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나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기 위해
몸으로 일을 하는 그 시간들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나의 '나만의 시간'이
여행이라는 오르가즘으로 만날 때
그때를 난 '행복한 시간'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난 다음의 나의 '행복한 시간'이
다른 사람에 의해 수정되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