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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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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 못하는 나


BY 그림 2008-08-23

한 오십년 전
살림 밑천이라는 첫딸 담으로
아들인 줄 알고 육남매중 오로지 혼자만 충남 도립병원에서 났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께
 실망이란 단어를 안겨 드리고
둘째 딸로 나온 나.

엄마만 떨어지면 죽으라고 울어대는 언니는
그 옛날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엄마가 안고 다녔다는데
그 위험한데서 한번의 실 수도 없이 참 용타...

거기에 비해
울지도, 보채지도, 그렇다고 웃지도 않는
두세살때 엄마 시장에 갔다 온다고 마루에 앉아 있으라면
멍청~한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희노애락을 터득한?)
엄마 돌아올 때까지 몇시간이고 앉혀놓고 간 그 자리 그대로 앉아 있었다는 나.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
엄마의 딸인 듯 아닌 듯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이지 않아
한 밤중에 일어나 정신없이 울어대
어디 큰 병이라도 들었나
47,8 년전 자정을 넘긴, 택시도 뭐도 없던 그 시절 그 시간
아버지 등에 업혀 통금시간인지라 파출소에 들렸다
시내 병원이란 병원은 거의 다 두드려 의사한테 보였더니
그때도 자기의사 제대로 표현 못하고 속으로만 앓았었나
밥달라는 말도 못하고 허기진 채로 자다가
너무 너무 허기져서 울어댔다는 나.

그후로도 몇번 한밤중에 아버지등에 업혀
똑같은 일 몇차례 겪은 후엔
밤중에 일어나 울어대면
밥부터 먹였다는 나

두세살 나이에도 콩나물을 너무 좋아해
아이 없는 옆집 아줌마가 콩나물 준다고 유혹하면
두말 않고 따라가서 콩나물만 먹고 집에 올 생각도 안했다는 나.

두번이나 잃어 버려서
두번이나 고아가 될 뻔 했다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