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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74

친구 1


BY 그림 2005-10-08

내가 중학교때 친구 선희를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은 없다.
신설 중학교 2회 학생이었던 우리는
1회 선배들의 일류 고등학교 최다 입학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학교측의 배려(?)로
도시락 두개씩 싸들고 다니며
정규 수업이 끝난후
밤 9시까지 과목별로 교실을 옮겨 다니며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뭉쳐진
나름대로의 기쁨과 슬픔과 아픔들을
우정이란 이름으로 공유하며
하루 하루를 진한 어두움과 함께 수다로 마무리하던 친구들이었다.

우리의 목표은 하나였었지만
서로 다른 이유들로 인하여 우리는 각자 다른 길로 들어섰다.

몇년을 만나지 못했던 우리들의 소식을 선희가 전해줬다.
누구 누구는 서울에 있고
누구는 어느 대학에 갔고.

“서울에 가서 한번 만나봐.”
H의 전화 번호를 주면서 말했다
나의 무심함을 나무라는 눈으로.
내가 자의반 타의반의 모범생으로 지내며 그 친구들을 잊고 있던 동안도
선희는 그 친구들과 계속 연락이 있었나보다.

H와 연락이 되고
그 애가 내가 다니던 대학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음을 알고
우린 서로 얼마나 반가와 했던가.

시간 약속을 하고
그 애가 가르쳐 준 곳에 내려서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주택가를 발견할 수 없었다.
버스 종점만이 있을 뿐이었다.
분명히 여기서 내리라고 했는데?
건물이라고는 그곳 밖에 없는 곳에서
물어 볼 곳 또한 그곳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H를 만났다
넓은 마루에. 한 켠으론 사물함이 있고. 다른 편엔 이불들이 있고.
그 사물함엔 그녀들의 소유물들이 정해진 사각의 공간안에 있고.
사생활이란 전혀 생각 할 수 없는 그 마루는 기숙사였다. 막사였다.
지금은 없어진 버스 안내양들의.

선희가 나 여기서 일 한다고 이야기 했지? (선희는 아무 말도 안했다)
이게 얼마만이냐?
애들아 얘가 내 친구야. 대학생이야.

할말을 잃은 내 앞에
H는 정말로 밝게, 환하게, 기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H를 안고 울고 싶었다.
그냥 울고 싶었다.

가난한 집안의 많은 동생들을 거느린 장녀로
여상 1년을 자퇴하고 서울에 온 이야기.
기도로 축농증 고친 이야기.
자기가 신앙이 아니었으면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이야기.

H 동료들의 순수한 부러움의 눈초리도
어쩌면 질시의 눈초리도 감당하긴
나의 준비됨이 너무 없었다.
단체 생활에 더 이상 있을 수도, 같이 나갈 수도 없는...

온다고 털고 일어났을 때
H는 사물함에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꼭 쥐어 주었다.
버스에서 펴본 내 손바닥안엔
꼬깃꼬깃한 학생 회수권 한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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