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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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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보상


BY 낸시 2022-06-30

모든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구월에 미국에 온다던 언니가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다고 한다.
언니랑 같이 온다던 남동생도 비행기표가 비싸 올케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언니와 동생이 못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랫만에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실망이다.
하지만  그 기대를 포기하고 싶진 않다.
남편에게 비행기표를 사주라고 부탁해봐야겠다.  
 
남편은 지금 한국에 있다.
내가 남동생이 좋아하는 나이키 운동복을 여러벌 샀는데 가는 길에 군말없이 들고 갔다.
가서 언니에게 용돈 좀 넉넉히 주라는 부탁도 이미 들어준 뒤다.
이번에는 짠돌이가 아니고 맘씨 좋은 아저씨 노릇한 것 나도 인정한다.
거기에 더해 비행기표를 사주라하면 내가 남편이라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어떡하나...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남편을 협박해야겠다.
이런 때는 화가 나서 벌개진 얼굴을 안봐도 좋으니 남편이 한국에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비행기표를 사주라하니 예상대로 남편이 싫어한다.
돈이 없다고 발뺌한다.
그러면 여기서 돈을 보내줄까 물었다.
어물버물한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구월에 올 비행기표를 벌써 살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해보잔다.
내가 이 남자랑 산 세월이  40년이다.
생각해보자는 말은 거절의 다른 표현인 것을 알 만큼 긴 세월이다.
바짝 조여야지.
하지만 이런 때는 말보다 문자가 낫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넣었다.
집 사게 해준 것 잊었어?
달라를 원화로 바꾸지 말란 말도 들은 척 안했지?
이번에도 무시하면 진짜 섭햐.
사실은 진짜 섭하다는 말대신 너 죽어 이렇게 쓰고 싶었다.
좋은 아내 노릇하기로 맘 먹은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런 표현을 쓰면 안되지...
참았다.
그런데 너 죽어 대신 순화된 언어로 섭햐 이렇게 썼더니 효과가 더 좋다.
맞서 싸우는 대신 남편이 꼬리내리고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
절대 복종.
이행 약속.

비행기표 사준다니 구월에 꼭 와야한다고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가 고맙고 좋다면서도 미안해한다.
행여라도 남편에게 그런 표현하지 말라고 언니에게 부탁해두었다.  
언니랑 남동생이 보고 싶어도 한국에 가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나이 든 언니가 그 먼길을 와주는 것이라고 생색을 내라고 하였다.
남편은 언니와 남동생을 위해 돈을 쓴 것이 아니다.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날 위해 돈을 쓴 거다.
남편이 한국에 가있는 동안 쉬지 못하고 일한 내게 약간의 보상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