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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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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에 투명인간


BY 자화상 2015-01-10

어쩌고저쩌고 쓰고 나서 우리 행복하게 삽시다. 라고 새해 첫 날 내게 보내려던 덕담 문자를 시어머니께 날린 남편.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신정 하루를 그냥저냥 지내는데 밤에 갑자기 시동생과 조카 또 시누이가 서울에서 내려와 들이 닥쳤다.

다음 날은 그들과 함께 시골에 가서 시어머님을 모시고 왔다.

손님맞이 준비도 못했는데. 넉넉하게 잠자리를 제공할 방 하나가 전기 매트 고장으로 쓸 수 없게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신정 연휴 지나서 전기 매트를 주문하려 했었다.

하루 밤은 좁게나마 두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이틀 밤 째에는 기숙사에 있던 아들이 우리를 놀라게 해 준다고 미리 올까 한다는 귀띔도 없이 와 버렸다.

더더욱 잠자리가 부족했다.

할 수 없어 아들을 전기 매트 고장 난 침대에 두꺼운 이불 깔고 덮고 자게 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콧물을 흘리는 아들에게 되게 미안했다.

미리 대책을 세우지 못한 내 불찰을 자책하면서도 손님들에게 내색을 안 하려고 표정관리를 잘 했다.

 

손님들은 사흘째. 아들은 이틀째의 밤을 추운 방에서 자고 나더니 심하게 콧물을 닦고 재채기를 해 댔다.

기숙사가 더 따뜻하다며 서둘러 아들이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두 달 만에 온 아들을 손님들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찾아 먹이지도 못했다. 서운하고 마음이 아팠다.

 

34일을 마치 전쟁터같이 어질러 놓고 손님들이 다 갔다.

딸과 함께 아빠는 대 청소를 했다.

나는 주방을 치우고 정리하는데 세 시간 가까이 분주 했다.

 

그러고 나서였다.

갑자기 남편이 소리를 질렀다.

이럴 줄 알았다. 며칠 빠르게 전기 매트를 샀으면 잠자리 때문에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거 때문에 아들도 감기 오고 나도 감기기가 있다.

내 형제들한테 돈 없이 산다는 표 내려고 했지.

하며 내 속을 긁었다.

자기 식구들 접대 하느라 고생 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마치 남에게 화를 내듯 거침없이 방문을 닫으면서.

뿔났다는 표식을 했다.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매 끼니 밥이며 간식이며 먹을거리 준비 하느라 쉴 틈 없었던 나는 뭐냐?

남편에게 실망하고 한 가지라도 더 먹이고 싸주느라 애 썼던 내 자신이 미련스럽다고 느껴졌다.

 

그 때부터 입을 닫고 남편의 얼굴을 바로 보지 않았다.

오늘로써 딱 6일째다.

남편은 내게 투명인간이 되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루 세 번 밥 차렸어요. 그 말 뿐.

밥을 같이 앉아 먹어도 따로 앉아 먹어도 침묵만 흘렀다.

 

차츰 무관심이 더해 갔다.

사과 받을 마음도 없어졌다.

그냥 이대로가 편해지고 있다.

남편의 새 해 첫 날 우리 행복하게 삽시다. 라는 인사말의 문자가 잘못 발송하여 어머님께 갔던 이유가 여기 있었나 보다.

새 해 들어 우리는 시댁 손님들 대접하고 남은 건 무관심과 투명인간 놀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