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4.26 4세 (만 36개월)
수진이 요게 요즘 좀 컸다고 이상 척척 말대답을 잘한다. 아빠하고 내가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오늘도 수진이가 바구니에 장난감을 몽땅 담아가지고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봐라, 봐라”
하며 보여 주다가 부엌바닥으로 싹 엎질러져 버렸다. 그래서 내가
“이런 이런 너 좀 혼나봐라.”
했더니 수진이는 밖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주으면 되지 주으면 되잖아.”
하면서 주워 담으니 할 말이 없었다.
또 아빠하고 바둑을 두고 있는데 옆에 와서는
“엄마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엄마”
하고 계속 미안하다고 해서 왜 미안하냐고 했더니
“나하고 까까 사러가자”
하여 우린 웃어버렸다.
또 오후에는 아빠랑 바둑 두고 있는데 좌변기를 끌고 와서는
“나 엄마 옆에서 응가 해야지 엄마한테 냄새나라고 엄마 옆에서 해야지”
하면서 내 딱 옆에 와서 응가를 하는 것이었다. 참말로 웃기는 아이다.
그리고 아빠가 담배만 피우면 나쁜 사람이라고 못 피우게 하여 아빠가 이젠 밖으로
나가서 피우고 올 정도가 되었다.
우리 딸이 많이 자랐다. 아까는 하도 말을 빈들빈들하며 안 듣기에
“이렇게 하나 키워도 성가신데 뭐 하러 또 낳아서 더 성가시게 살겠냐 하나만 키워야겠다.”
하며 궁시랑 댔더니 금세 그 말을 들었는지
“안 돼 더 키워야 돼” 그래서
“뭣을 더 키워야?” 했더니
“동생을!”
해서 또 한 번 어처구니없이 수진이에게 당하고 웃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 이렇게 동생을 바라기 시작하여 기어코 남동생을 얻게 된 수진이
대학생이 된 동생의 로션 스킨 클렌징을 도맡아 사주며 아가라고 부르는 엄마같은 누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