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봉숭아 꽃물을 들였더니
열 손가락의 손톱들이 너무 예쁘다.
재작년에 딸의 손톱에만 빨간 꽃물 들여주고
오늘은 내 손톱에만 꽃물 들였다.
딸이 공부한다며 자취방 얻어 집 나간 지
5개월이 되고
어린이 바둑학원을 접은 지
4개월이 되었다.
딸의 유머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세월 가는 줄 몰랐는데
이제 서서히 내게 뭔지 모르겠는
쓸쓸함이 젖어든다.
남편의 자상한 배려에서도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들을 보는 즐거움 뒤에
오는 그 뭐랄까, 2% 부족한 허전함이랄까.
그저 웃지만, 가끔 나오는 한숨이
무얼 의미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는 쏙쏙 삐져나오는
흰 머리칼을 감추며 파머를 했고
오늘은 동무도 없이 혼자서 봉숭아 꽃물을 들였다.
아들에게 투명메니큐어 사다 달라고하여
덧 발랐더니 빨간 봉숭아 꽃물이 반짝거리며
더 예쁘다. 손톱을 보면서
다음 주말에 딸이 와서 보고는
깜짝 놀라워하며
"어이구~ 우리 애기 봉숭아 꽃물 들였어요? "하고
내 엉덩이 다독거려줄 걸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200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