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 한 폭을 썬다.
깡지와 퍼런 잎은 내 것
따로 접시에 놓는다.
밥숟가락에 얹어 만나게 먹으며
어렸을 때 우리 엄마도 이랬다 생각한다.
그 때는 아까워서 먹는 줄 알았다.
명태 찌개 끓이면 머리는 내 것
갈치조림도 머리는 내 것
굴비 구울 때도 물론 머리는 내 것이다.
왠지 맛있다.
어렸을 때 우리 엄마도 그랬었다.
그 때는 내 숟가락에 얹어진 생선살이 왠지 퍽퍽했었다.
배를 깎아 놓을 때 속 깡지는 내 것
사과를 깎아 놓을 때 속 깡지는 내 것
복숭아를 깎아 놓을 때도 씨에 붙은 살은 내 것
과일 속 깡지를 이빨로 긁어 베어 먹으면
이가 튼튼하고 희어진다고 어른들이 그러셨다.
어렸을 때, 그래서 그 후부터 과일 속 깡지는 내 것이었다.
딸과 아들이 이러는 내게
정말 맛이 있어서 먹는가 물었다.
글쎄, 맛이 있어 먹고 먹어야 해서 먹는다 했다.
그러나 이다음에 내가 더 나이가 들면
말려 달라 했다.
손자들 앞에서는 생선 머리 과일 속 깡지
먹는 걸 참아야 될 것 같다.
그 맛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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