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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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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차던 때


BY 자화상 2007-03-18

 

 

바람,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어렸을 적 눈이 머리위에부터 어깨 위까지 수북하게 쌓여서

걸어가는 눈사람이 되어 십리 길 초등학교를 다녀오던 날들.

바람은 또 왜 그렇게 세차게도 불어대던지 자그만 꼬마였던 나는

바람에 밀려 몸이 저절로 날아갈 듯 떠밀려 가기도 했었다.


그 추웠던 날들을 지금 다시 겪어보겠느냐 하면

나는 절대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지고

그 매서웠던 겨울바람도 점차 희미하게 잊혀지고 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빨강색 잠바다.

지금은 오리털이지만 그 때는 폭신폭신한 스펀지가 들어있어서

두툼해 보이고 부드러워보였다.

그 잠바는 지금은 아동원이라고 하는데

그 때는 고아원이었던 곳에 살았던 친구들이 입고 학교를 다녔었다.


우리들은 스웨터를 입었는데, 스웨터는 바람이 송송 들어오는데

그 잠바는 모자까지 달려 있어서 머리부터 허벅지까지

바람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되어 보기만 해도 따듯해보였었다.

그렇게도 우리들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던 바람이

그 친구들의 잠바에는 부딪쳐 미끄러져

비껴가는 소리가 들려 올 정도였다. 


정말 그 때는 그 잠바를 너무너무 입어보고 싶어서

나도 그 친구들과 살았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그 후 자라면서는 그렇게 견디어내기 힘들었던 바람을

별로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벌써 봄이 왔다.

사흘 후면 경칩이다.

이제 꽃샘바람만 지나가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겠다.

세월이 바람에 밀려 자꾸만 추억을 흘리고 간다.

 

20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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