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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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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때문에


BY 자화상 2007-02-13

내게 필요한 말만 골라서 듣고

필요하지 않는 말은 잊어 버리는 습관이

아무리 생각해도 난 타고난 것 같다.



그 때문에

자꾸만 남편에게 혼나고

딸에게 잔소리 듣고 하면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냥 나도 모르게

상대와 대화중에

중요하다 싶으면 새겨 듣고

별로 영양가 없다 생각되면 듣자마자 잊어 버린다.



그래서 나의 관념 세계는 좁다.

넓게 알아야 된다고

누구의 얘기도 다 듣고

어디를 보아도 다 기억해 두고

언제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따지고 이해를 해야 사회 생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다.



그런데 내가 바쁘니

필요한 말 외에는 대충 듣다가

대화 상대와 꼭 나누어야 되는 얘기는

끝까지 들어 주는데 옮기고픈 한가한

시간이 없어 곧 바로 잊어 버린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입이 무겁다고 신용은 좋다.



나는 지금껏 성격탓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엊그제 또 남편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잘 못 이해하여 몹시 기분을 상하게 하여주었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 보니

이 성격이 타고난 거라 단정 되었다.

도저히 바로 잡아지지 않는다.



이젠 건망증으로 발전되어

방금 듣고도 돌아서서

잊어버리고 되 묻고

깜빡하여 멍해질 정도로 모르고 서있다.



이젠 걱정된다.

다행히 메모하는 습관은 있어서

중요한 약속과 해야 할 일은 잊지를 않는데,

방금들은 얘기를

언제 내게 했느냐고 물어서

가족들이 기가막혀 한다.



어쩜 좋을까?

하다못해 아침에 시아가 낮에 친구만나러 간다고

말했는데 낮에 나가면 어디가냐고 물을 정도이다.



반찬을 만들어 두고도

잊어 버리고 밥상에 놓아두지 않을 때가 많다.

식사 마치면 그 때야 아참! 하고 생각난다.

주차 해 놓은 차에 물건 가지러 갔다가

누구 만나 얘기하다 그냥 집에 올라 오고

세탁소에 옷 맡긴다며 내 놓고는

신발 신고 빈 손으로 세탁소에 간 일도 있다.





나이 탓은 아닐텐데,

이제 쉰 살인데...

아니 벌써 쉰살이네.



그럼 나이탓일까?

건망증이 심한것이?

심지어는 가스에 끓일 물 얹어두고

시내에 나가서 3시간만에 돌아와

주전자에 물이 겨우 닳기 전에 발견하고

그 후로는 외출시 남편이 가스 벨브를

꼭꼭 잠그는 습관이 생겼다.



철따라 옷이며 구두까지 남편과 가족들이

찾아주면 "아! 있었네." 할 정도로

내것 나도 모르고 산다.

뭐에 그리 마음이 바쁜지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 버리니

도통 한가한 여유를 갖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천천히'를 외치며 살아볼까 한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하루는 가겠지.

천천히 할 일을 해도 하루 일을 다 못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된다.



이제 인생의 내리막 길에 올라섰다는 생각이다.

몸과 마음에 여유를 갖고 싶다.

빨리빨리를 외치던 말부터 고쳐야겠다.

그러다보면 내게 필요없었던 말도

들어지겠지.

그리고 이해도 해 질거야.

그러면 내가 달라지겠지.



내 좁은 세계를 더 넓고 깊게 만들어가며

천천히 좌우를 돌아보며

남은 인생의 길을 살펴 가리라.

비록 작은 일은 잊어 가더라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은 잊지 않으리라.





200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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