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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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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명절 증후군?


BY 자화상 2007-02-13

며칠 전에 손빨래를 좀 했다.

그 후부터 이상하게 왼쪽 어깨가 팔을 위로 쳐들기만해도 통증이 왔다.

하루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어제는 아예 팔에 힘만 들어가도고통스럽게 아팠다.



병원가라고 쫓아내다시피 잔소리하는 남편의 말이 듣기 싫어서 억지로 갔다.

어깨에 힘줄이 늘어났다는 진찰결과에 물리치료를 받고

주사까지 맞고 왔다.



오늘도 가서 물리치료를 했는데, 어깨등 뒤로 찜질에서 데었는지 벌겋게 살이 타서 쓰리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 앉아서 생각해보았다.



명절이 코앞에 다가와 할 일이 태산인데, 아직도 어깨에 힘주거나 들어 올리면 통증이 온다.

설마 나도 명절 증후군일까?

작년부터 내가 주인 없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시아버님의 형님, 그러니까 백부님이 결혼 후 1년 만에 돌아가셔서 백모님이 개가를 하셨다고 했다.

자손이 없으셔서 시아버님이 두 해 전까지 제사를 모셨는데, 두 해 전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둘째 아들인 우리가 그 제사를 모셔 와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뭐 결혼 후 지금까지 제사 때면 꼭 내려가 시어머님과 같이 제사준비를 했으니 새삼스럽게 어려울 것도 없다. 그런데 뭣 때문인지 일주일 전부터 마음이 안정이 안 된다.

김치도 담아야하고 차례 제수용 생선부터 과일이며 나물까지 다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집을 거쳐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을 뵈러 형제들의 가족들이 다녀 갈 것이다.

그에 맞는 음식들도 다 준비해 두어야 한다.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마음이 어수선하고

차분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보통 때는 손빨래를 해도 어깨가 아프지도 않더니만

왜? 갑자기 어깨는 아파서 오늘같이 휴일에 이렇게 한가하게 몸을 쉬게 하는지 모르겠다.



옛날에 아이들이 어릴때 명절 전에 시골에 내려가야 할 때면, 솔직히 짜증도 났고 명절 지내고 집에오면 몸이 아프기도 하였었다.

이젠 늘 하던대로 익숙해져 별로 힘들다 생각 안했었는데, 이번엔 무슨 이유인지 머리속이 텅 빈것처럼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딸은 각종 전 부치는 것은 자기가 하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난 이상하게 옛날부터 전을 예쁘게 부치지 못해 때마다 전 부치는 걸 잘하는 동서나 시어머님께 솔직하게 부탁했었다.

다행히 딸은 나를 닮지 않아 차분하게 전을 잘 부쳐서 믿고 맡겨 버린다.



하루종일 길에서 시간 낭비하며 부모님 뵈러 가야하는 교통체증 겪을 일 없고, 우리집에서 내가 내 마음대로 음식을 장만하니

쉬어가며 즐거운 기분으로 해야겠다.

어깨통증만 없어지면 일을 시작해야지.

명절증후군! 어쩌면 나도 그 대열에 들어있는 것 같다.

안 아프던 어깨가 아파서 김치를 못 담고 있으니 말이야.



200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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