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집에 오니 남편도 딸도 친구 만나 저녁 먹는다고
나가고 없었다.
나 혼자 그냥 식탁에 앉아 멀뚱멀뚱 뭘 먹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탄불에 구운 갈치가 먹고 싶어졌다.
삼십 오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더운 날이면 석양이 질 때쯤 친정어머니께서는 연탄 화덕을
마당에 놓고 갈치를 구웠고 그 옆의 편상에 밥상을 차리셨다.
연탄 불꽃이 너무 세지 않게 중간 불로 조절을 해 놓고,
그 위에 적쇠를 올려놓으면 그때부터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그리 크지 않고 살찌지 않은 갈치지만 다섯 토막으로 자른 것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가지런히 적쇠위에 올려 눕힌다.
적쇠를 돌려가며 갈치를 노릇노릇하게 구워야 하는데, 어쩌다 내가
맡아서 굽다가 한 눈 팔거나 딴 생각하면 순식간에 갈치가 타서
숯검댕이가 되어 버렸었다.
그래서 갈치는 정성을 다하여 구워야 된다.
식구 수대로 한 토막씩 나누어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리면
갈치의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돋군다.
구운 갈치에는 밥공기에 참기름 한 수저 넣고 진간장 반 수저 넣고
밥을 비벼 먹어야 구운 갈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 거기에 연한 열무김치와 멸치젓갈이 있을때면 최고의 밥상이 된다.
살이 토실토실한 멸치젓에 청량고추를 썰어넣고 다진 마늘과 참깨를
뿌려서 만든 멸치젓갈과 열무김치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참기름에 비빈 밥 한 수저에 구운 갈치 조금 얹어 입에 넣고
젓가락으로 구수한 멸치젓갈을 콕콕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좋던지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치울 수 있었다.
그런데 세월 따라 맛도 사라져 지금은 가스위에 팬 놓아 굽거나
그릴에 구워 먹으니 연탄불에 구운 그 갈치 맛을 찾을 수 가 없다.
배 속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나서 옛 생각에서 깨어나
냉장고 문을 열어 보았다.
그 무엇에도 손이 가지 않았다.
연탄불에 구운 갈치맛을 떠 올렸더니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돌아오는 어느주말을 택하여 한 번 다녀와야겠다.
200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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