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잎 하나 없이 말라 버린 치자 나무 한 그루를 정성들여 살려 낸
보람이 있다.
파릇파릇 잎이 무성하게 자라더니 드디어 피워내었다.
치자꽃 한 송이를.
거실 가득히 흩뿌려 놓는 치자꽃향기가 나의 수고를 치하해 주는 것 같다.
선물 받았다는 치자나무 한 그루에
남편은 별나게도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 나무가 죽으면 자신도 몸을 추스려 일어날 수 없을 것처럼...
그래서 나는 온갖 정성을 들여 살려 내었다.
갑자기 들이 닥친 위험에서
마지막 잎 새로 생명을 유지시켜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이 오십 중반에서 누워버린 신세한탄을
손 놓고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식들을 위해서도 부모의 자리만큼은 지켜주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 년 동안을 내 직장이며 집안일까지 손 놓았다.
남편의 발이 부으면 내 발톱도 닳아 아플 정도로 나는 같이 아프고 같이 울었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삶의 의욕과 희망을 찾아내었다.
치자나무에 새 잎이 살아 나오듯 우리도 점차 안정이 되어갔다.
남편은 갑자기 들이닥친 운명을 받아 들였고
순리대로 모든 변화에 적응을 하였다.
그리고 이겨나갔다.
치자나무에 무성하게 잎이 돋아나면서
남편은 건강도 직장도 아무 문제없을 정도로 정상이 되었다.
이렇게 한 송이지만 치자꽃이 피어나고
그 향기를 맡으며 남편이 우뚝 서 있으니 참 고맙다.
나도 시들지 않는 치자꽃이 되고 싶다.
우리 부부 생이 갈라놓을 때까지
남편을 건강한 버팀목으로 기대어 사는 한 송이 치자꽃이 되고 싶다.
2006.6.2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