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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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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가 꾸민 이벤트


BY 자화상 2007-02-13

어제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늦게 오는 아이 두 명이 약속 한 듯 하루 쉬겠다고

하여 일찍 학원 문을 닫고 집에 왔다.

그냥 생각 없이 오랜만에 거한 저녁상을 차려볼까 하고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상을 차리고 있는데 시아가 아빠랑 같이 들어오다 나를 보고 깜짝 놀랬다.



둘이서 마트에 다녀왔는지 박스에 이것저것 채워가지고 와서는 이미 밥상이

차려 있어 난처해하였다.

나를 위한 저녁상을 둘이서 차릴려고 준비해 왔는데 내가 타이밍을 못 맞추고

먼저 와서 황당해 하는 것이었다.



미역과 소고기를 먼저 꺼내기에 달라고 해서 내가 빨리 국을 끓여서 생일

저녁 식사를 거하게 먹었다.

둘이서 내게 미안해하는 눈치를 하여 누가 끓였든지 맛있게 먹었으니 괜찮다고

두 사람 마음만으로 고맙다고 치사를 해 주었다.



그리고 운동을 가자고 해서 준비하였는데 내게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하였다.

잠시 후 남편이 앞 서 가는 방향이 달라서 왜? 다르게 가는가 물었더니

돌아서 가자고 하여 의심 없이 따라 갔는데 한약방으로 들어가며 내게 보약을

지어 주겠다고 억지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요즘 왠지 기운이 없어 시들시들 했더니 보약을 먹어야 될 것 같다고 딸 하고

의논이 되었으니 얘들 걱정 말고 내 몸부터 추스르라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어 나를 위한 보약을 지어 놓고 가볍게 산보나 하자고 하여 걷는데

남편이 말했다.

일부러 내 생일을 챙기는 습관을 들여 주려고 남편이 학교에서 시험공부 하고

있는 딸에게 연락하여 딸의 돈으로 시장을 보게 하였고 직접 미역국을 끓이게

하려 했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만약에 나 혼자 남아 늙고 있을 때 해마다 엄마를

위해 보약을 지어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하려고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깊은 생각이 고마웠다.

둘이서 그렇게 일 을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오후에 사무실에서 나는 혼자라며 해 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고 있음을

억울해 하며 잠시 울적했던 옹졸함이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오니 시아가 생일상을 차려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와인도 준비해 두었고 갖가지 과일이며 과자까지 심지어는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 튀밥까지 예쁘게 담아서 상차림이 아주 근사하였다.



아무래도 와인을 마시면 자작나무 키우기를 못 할 것 같아 재 빨리 올려놓고

우리 셋은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아들은 다음 주에 집에 올 수 있어서 빈 컵을

놓고 셋이서 가정의 평화와 건강을 위하여를 외치고 행복한 여유를 즐겼다.



부녀가 나를 위한 사랑의 이벤트는 그 어느 훌륭한 파티보다 즐겁고 행복함을

안겨 주었다.

나를 위하여 자기의 한 평생을 바쳤다는 남편의 말 한마디가 23년의 결혼 생활을

뜻 깊게 하여 주었고, 이젠 자기들도 다 컸으니 엄마는 엄마를 위하여 시간과

정열을 쏟으라는 딸의 위로에 나이 듦이 허무하지 않았음을 느꼈다.



마흔 아홉 번째 생일은 이렇게 또 다른 나를 탄생시켰다.


2006.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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