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인지 달콤한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리게 하였다.
두리번 거리며 찾아 보았더니 그동안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자리마다 아까시꽃이
활짝들 피어서 진한 향기를 온 산에 뿌려 날리고 있었다.
"오메 벌써 아까시꽃이 피어부렀네."
내 탄성에 하얀 꽃들이 부시시 휘날려 나를 반갑게 맞이 하는 것만 같았다.
아까시꽃 한송이 따서 맛있게 먹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향기에 취해 추억까지 떠 올려 보았다.
사십여년 전에는 손이 닿는 곳의 아까시꽃들을 마음 놓고 따서 먹었었다.
참 달고 맛있었다. 지금처럼 각종 공해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시골의 과수원 언덕길에 줄줄이 아까시나무들이 있어서 더위를 식혀주는 그늘로
써 최고의 명당자리였다.
그 때가 열살도 안 되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꽃 따먹고 또 심심하면 깃꼴겹잎을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잎씩 따내는
데 그것도 재미있었던 놀이였다.
그리고 잎을 다 떼고 나면 남은 가느다란 줄기로 서로의 긴 머리칼을 지금 미용
실에서 하는 파머처럼 둘둘 말아 끝을 고정시켜 주었다.
그래놓고 우리들은 이풀잎 저풀잎 잎들을 뜯어다 소꿉놀이 신나게 하고 나서 머
리칼을 풀어 내리면 곱슬곱슬 하는 게 너무 기분 좋았던 그 때가 생각나고 그리
워졌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 맛을 모를 수 밖에 없다.
신기하고 예쁜 장난감이며 인형등과 놀이기구 컴퓨터까지 손만 뻗고 발만 움직이
면 없는 게 없는 세상이니까.
다만 장독대에 쌓였던 눈도 집어 먹고 고드름도 따먹을 수 있었던 그리고 비도
마음대로 맞으며 맨발로 질퍽이는 길을 돌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공해 없었던
시절을 모르고 사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아토피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요즘은 다섯 아이가 모이면 그
중에 한 아이가 아토피 때문에 가려워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모두가 편리한 세상으로 질주하며 흘려 놓은 피 할 수 없는 공해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세대에서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인다면 이 아이들에게 아까시
꽃을 마음 놓고 따 먹게 할 수 있도록 공해 없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
고 생각해 본다.
2006.5.2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