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생신 날.
솜씨 없지만 몇가지 음식을 만들어
시골에 있는 시댁에 갔었다.
주차 소리를 들으셨는지
대문을 밀고 나오시는 시어머님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셨고
"어째 얼굴이 어째 얼굴이 그런다"
하시며 말끝을 못 맺으시고 울먹이시는데,
쉰 둘에 암을 수술하고
이젠 건강해 보이나 마음을 놓을수 없는 아들의
초쵀한 얼굴이 몹시 안쓰러우신듯
바라보시는 눈빛이,
일주일만에 집에 오는 내 아들의
야위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안쓰러워 하는 내 눈빛과 몹시 닮아 있음을 느끼며
순간, 고부간의 다른 모성이지만
어머님의 아들이며 내 남편을 바라보는 아픔은 같기에
오히려 어머님을 위로하고 싶어져
손을 꼭 잡아 드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참된 사랑의 눈빛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일 것이다.
건강한 아들에게는 기대와 기쁨의 보람있는 눈빛 일테지만,
대신 아파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저 측은해서 슬픔이 가득 들어 있는 눈빛이 되고 만다.
효도라는게
부모의 눈에 눈물이 고이지 않게만 해드려도
더 이상의 바램을 원치 않으실 분들 일진데
그만큼도 못 해 드리는 자식된 도리가
부끄럽기만 하다.
서두른다고 잃어버린 건강을
예전처럼 회복해 내기는 어려운 일이고
돌아 오는 나날을 귀하게 여겨서
매일을 부지런히 노력하는 삶으로 꾸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꾸려가게 해
남편이 천수를 다하게 함이 내 할 일이며
불효의 죄송함이 가벼워 질것 같다.
200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