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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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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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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서 미안했어요


BY 자화상 2004-12-31

딸국. 딸국. 또 딸국. 딸국. 또 딸국......
한참을 뒤따라 걸으며 듣고 있으려니
갑자기 화가 났다.
"딸국질이 나오면 왜? 나올까? 어떻게 하면
딸국질이 멎을까 생각해보고
숨을 멈추었다가 쉬어보기도 하고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가
길게 내 쉬어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딸국질을 멈추게 해보려고 노력을 해야지.
계속 나오는대로 하루종일 할 참이요? "

이렇게 큰소리로 책망하듯 말을 쏟아내자
딸국질이 순식간에 딱 멈추었다.

순간 갑자기 화를내어 미안해서
부드러운 말투로 바꾸어
"몸에 뭔가 이상이 오면 먼저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해보고 이렇게 하면 될까?
아니면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여러모로 연구하며 자기 몸은 자기가 다스려야지
내가 아무리 당신위해서 애를 써도
당신 스스로 애쓰지 않으면
최고의 의사도 소용없고
비싸고 효과좋은 약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러니까 당신 스스로 병을 이겨내려면
누구보다 본인이 자기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빨리 느끼고
대책을 서둘러야 건강을 빨리 찾을것 아녜요.
지금부터라도 제발
딸국질 부터서라도 혼자서 해결좀 하세요."
애원하듯 이해 하도록 말하는데
남편은 듣고만 있고 대답이 없었다.

올해 겨울 들어서 어제 처음으로
첫눈이 오는 날
운동하러 집앞 산에 올라가며
첫눈을 손바닥에 받아가며 모처럼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걷다가
딸국질이 계속되는 소리에
갑자기 짜증이 나서 화를 내고 말았었다.

미안하다
지금도........

여름이 지나면서부터
남편의 시시콜콜 잔소리가 없어지고
짜증도 없어지고
신경성 간섭도 없어졌다.

그저 내가 하자는대로
따라 움직이고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는것 같고
내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만 자주하고

만약에 자기가 몇년안에 없게되면
혼자서 아이들과 살아가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대소사를 내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자기는 지켜보고만 있다.

그래서 그렇게 약한 생각만 하고 있어서
아들 호야부터 먼곳의
고등학교를 선택하여야 했다.
이유는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면
살려고 어떻게든 병을 이겨내려고
강한 의지력으로 건강을
찾을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다음의 이유는
호야가 먼곳의 학교에 다니면
한달에 한번 올터이고
그동안에
나는 아빠에게 더욱 정성을
쏟을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음식과 운동에
정성을 쏟으면
병을 반은 나았다고
생각해도 될것 같아서였다.

직장암이기 때문에
수술후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건강을 단련하면
거뜬히 완치 할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한사람에게만
온갖 정성을 더 해야 하니까
한참 잘먹고 커야 할
호야를
미안하지만 먼곳의 학교로
보내야 했다.
호야도 이런 엄마 마음을 이해하고
기꺼이 따라 주어서 정말
효자라며 추켜주었다.

남편이 호야를 멀리 떼어 놓은
이유를 약간 눈치를 챈것 같다.
내가 설명은 안했어도......

올 한해를 나는
내 생애 최악의 해로 보냈다.
아이들 기르며
소아과 몇번 다녔던 기억밖에
없을 정도로
병원을 모르고 살아왔었는데

남편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암이 생겨서
알게된날부터 지금까지
거의 10개월을
10년인듯 살아왔다.

시댁과 친정 부모님들과 형제들에게
넘치도록 관심과 사랑과
정성을 받았다.
내가 살아 있는동안
그 은혜를 못 갚으면
시아와 호야가
잊지않고
잘 자라서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은혜를 갚겠다고 하여
아이들도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이제 내일이면
새해가 우리 가정에도
한조각의 햇살을 쏘아 줄것 같다.

그동안의 모든 시름과
못다 나눈 숨겨놓은 한숨까지
따스히 녹여 줄것 같다.

이제부터 나는 더 힘찬
걸음을 걸어야 한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이만큼의 현실에서
내 발이 삐끗하지 않으면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아니 내가 걷는 오늘마다에
감사하며
행운의 씨앗이 있다면
후~ 불어서
모든 어려운 사람들 마음 마다로
들어 앉게 하여
닭이 알을 쑥쑥 낳아 주듯
행운이 모아 모아
행복한 웃음소리 울렸으면 좋겠다.

2004.12.31. 그냥 보내기 아까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