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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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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쪽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BY 자화상 2004-11-02

오늘 오전에 손숙 김범수의 아름다운세상에서 내가 썼던 글을 (주제:부부싸움 우리는 이렇게 한다 <제목: 바둑 한판이면 땡> )읽어주고 전화 연결로 사연의 전말을 들려 달라는 의도로 질문을 하는데, 왠일인지 말주변이 신이 나지 않아서 싱겁게 답변을 하구서는,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부터  왜? 좀 더 재미있게 조리있게 이야기를 펼쳐 내 보이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 유머와 분위기를 살리는 말재주에 모두들 배꼽을 잡고 방바닥을 치고 웃었으며, 나하고 얘기하다보면 엉덩이가 무거워 일어서지를 못하고 아이들이 데리러 올때까지 놀다가는 이웃들이 많았는데, 왜? 그랬을까?

어제 방송국에서 온 전화를 받고 오늘 무슨 얘기를 재미있게 할까? 하며 머리속에 정리하여두고 메모도 해두고 했는데, 정말 뭔가 유익하게 들어줄 말 한마디 못한것 같아 후회스럽고 그래서 마음이 뒤숭숭하여 왼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더니 내 반쪽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거의 8개월을 나 아닌 나로 살아왔기 때문 이라는것을 깨달았다.

남편이 직장암 진단을 받았을때 내 아랫배가 부글부글 끓고 지독한 가스가 자꾸 배출 되어 나도 혹시 암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었는데 두어달 지나니 나아졌다.

남편이 웃지를 않으니 나도 웃기가 싫었고 가요를 그저 음정박자 마음대로 개사까지 하여 음치라며, 아들이 한소절식 따라서 불러 보라고 가르쳐주면 금새 다시 틀리고 하여 아들을 웃겨 주던 내 장난기도 사라졌고, 그냥 멍하게 밖을 쳐다보는 남편따라 나또한 예전에 없던 초점 잃은 시선만 던지고,

남편이 발바닥이 아프면 나도 아파서 걷기가 힘들때도 있었고, 남편이 손바닥이 부어서 수저를 들기 힘들때 나는 손가락이 마비된듯 설겆이를 제대로 할수가 없어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남편이 삼겹살을 안먹으니 나도 고기 냄새가 싫어져서 안먹었고, 남편이 압력솥에서 새나오는 밥냄새가 싫다고 하자 아침 6시에 하루밥을 한꺼번에 하다가 어느날부터 나도 압력솥의 밥냄새를 맡고 토할것같아 아예 밥을 30분 더 빨리 되도록(아침 5시 30분) 조절해두고 밥이 된후의 시간에 (아침 5시40분)일어나 식사 준비를 한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을 살았으니 내가 유머 감각을 다 잃어버리고 말주변까지 없어져서 오늘 같이 중요한 시간에 나를 잃어버렸으니 어찌 우울해하지 않겠는가.

오늘 절실하게 현실을 보았다.

남편따라 같이 아픈것만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먼저 예전의 나를 찾아 조금은 씁쓸하겠지만 최대한 웃음을 뽑아내어 남편을 위해 밝고 희망찬 매일을 열어 남편이 편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건강을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나로 인해서 남편에게 기쁜 웃음과 희망이 솟는다면 병은 깨끗이 나아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우리 가족이 큰소리로 웃어도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04.11.1.어어 쓰다보니 하루지났네 11.2.0시 15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