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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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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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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바람이라도 피웠다면


BY 자화상 2004-10-28

"차라리 바람이나 피웠다면 핑계로 쫒아 내기라도 할텐데, 병든 사람을 버리면 천벌을 받을 것 같아 최선을 다해서 완치 되게 해주어야지 이것이 내 운명인가봐"

이 말도 하지 않아야 될 말이었는데, 남편이 자꾸만 내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미안해 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 대답 한다는게 숨겨진 내 마음속 진실이 붉어져 나와 비밀을 들킨듯하여, 지난밤 내내 미안해서 후회하였다.

사실 바로 말하면 이제 사십대 중반에서 아이들 뒷바리지 거의 끝나갈 무렵이니, 그동안 젊은 청춘 얘들 기르느라  눌러놓은 취미와 특기를 살려 보람있는 일도 하고 싶고, 둘이서 손잡고 이산 저산 꽃구경도 다녀야 하고, 늙어서 재미나게 살아보자고 미루었던 그 많은 시간들을 다 두고,생각하지도 않았던  암에 남편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어찌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항암 치료를 하느라, 오십 평생에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방사선 치료 그리고 수술 또 항암제 복용등 적응되지 않아 괴로워 하는 남편 옆에서 내가 해줄수 있는 건 식사와 약 챙겨주는것 뿐이기에,

때로 안쓰럽고 불쌍해보이고 억울하고 화나고 슬플때면 속으로 되내이곤 했던 생각이,' 차라리 바람이라도 피웠으면 그 이유로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은데' 였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건강할때나 병이 들때도 ....... 함께 하겠다는 결혼 서약을 꼭 지켜내기 위함은 아니다.

그저 이십년이 넘게 미운정 고운정이 손끝까지 스며서 애뜻한 사랑으로 절여진 내 마음과 양심의 도덕이 모든걸 포기 하지 못하게 강한 뿌리로 뻗고 있기에.

희망의 꼬리를 붙잡고 오늘도 나의 쳇바퀴에 발을 올린다.

2004.10.28. 내게 휴식을 주려고 남편이 억지 잠을 자고 있는 오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