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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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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친구처럼


BY 자화상 2004-10-24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남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 암, 직장암.

올 봄이었다.

꽃구경 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으로 다정하게 어울려 다니는데, 우리는 암 전문 병원을 찾아 먼길을 가면서 한숨과 슬픔과 원망과, 평소에 암에 대한 지식을 관심있게 읽어 본 일도 없어 건강을 지켜내지 못한 자책과, 다가오는 두려움에 핏기 잃은 모습으로 말없이 먼곳에 시선을 두고 쓴 울음을 목구멍에 넘기고 있었다.

지방 병원에서 2년안에 생명을 잃을거라는 진단을 믿을수 없어 일산까지 찾아 갈 때는 다른 진단을 듣고 싶고 아무려면 10년 이상은 버틸수 있겟지 하는 간절한 바램이었다.

생각대로 남편은 절망할 단계가 아니어서 정말 불행중 다행이었고 희망이 생겼다. 입원했고 방사선 치료했고 수술했고 항암치료중인데, 4월부터 지금 10월이니 반년의 시간인데 일년도 넘은것 같은 느낌이다. 

남편은 수술후에까지도 암을 인정하지 않았고, 나 역시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 믿었던 신앙을 마음에서 밀어냈다가 다시 담았다가 하기를 수차례 이젠 담담하다.  

비쩍 마르고 얼굴과 몸 구석구석 거뭇거뭇 해지고 사람 자체가 빈 껍데기처럼 의욕상실에 허무감 무력감 그리고 촉기 잃은 시선, 정말 왜? 내가 아프지 않고 남편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안타깝고 불쌍하고 바로 보면 눈물만 나와서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요즘은 남편이 혼자서 울던 일이 없어지고 가족들을 피하려 하지 않고 눈높이를 올리고 있어서 내 마음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암에대한 상식을 인터넷에서 찾아 읽고 먹고 싶은 음식도 해달라고 하고 (얼마전까지 억지로 먹어 주었다) 기분이 나아지고 있다. 희망을 찾아가고 있는것 같다. 조심스럽게 치료가 끝나고 복원 수술을 하고 회복하고 나면 직장은 그만두고 같이 사업을 하자고 말을 꺼냈더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고마웠다.

그래서 요즘은 나하고 바둑도 두고 얘들이 시간이 나면 장기도 두고 많이 웃음을 찾아가니 한편 다행이며, 이렇게 남편이 암을 인정하고 평생 친구로 받아들여서 더이상 나빠지지않게 몸을 관리 하며 음식 습관과 정신력으로 암을 퇴치 까지 하도록 열심히 노력 할수 있게 나 또한 최선을 다하여 함께 노력 하리라 결심하였다.

나의 침착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덕분에 남편이 불안함을 떨치고 용기를 갖게 된거라고 느껴진다. 마음에서는 가끔씩 왜? 아직은 젊은 나이이며 곧 얘들 뒷바리지에서 해방되면 둘이서 가볍게 여행다니며 삶을 즐겨야 할 나이에 암으로 인하여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하는지 화도 나고 억울하고 슬프지만, 한편 더 많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지금 우리에게 짊어지운 이 시련은, 우리가 감당하여 꼭 이겨낼수 있을만큼이라 여기어 감사하게 받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짐이 가벼워졌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되어있고 다만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 하는지만 다를뿐이니 벌써 주신 시련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것이다.

친구처럼 암을 염두에 두고 모든 생활에서 긴장하여 한순간도 정신을 놓지 않으면 반드시 암을 이겨 낼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2004.10.24. 새벽 기도하는 마음으로